[제주] 공항 근처 조용히 산책삼아 오르기 좋은 도두봉
이 제주앓이를 어쩌나.
그 모습을 지켜 보기만 하던 남편이 넌즈시 그러네
"다녀 와야지 그럼 ...그 앓이라는 거 내가 앓아 봐서 알지"
조금 어려서 고향을 나온 남편이 고향앓이를 했더란다.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던지 밤마다 사내 자식이 베개에 코박고 울면서 잠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용기를 내긴 했는데 도무지 동행할 사람이 없네.
정말 백방으로 손을 써 봤는데...
나 인생 잘못 살은 거 분명하지?
마침 소셜에 저가 항공이 뜨니 비행기표까지 끊어 주며 독려하는 남편이 고마워 실행해 보기로 하였다.
하여 검색하며 계획표를 짜는데도 도무지 용기가 나질 않는다 비행기표까지 확보했는데도...
그리고 또 뭘 그렇게까지 가야겠냐는 스스로에게 던져지는 질문에 용기가 사라지다가 다시 나기도 하다가
혼자 마음을 많이 앓았더란다.
평소엔 뭐든 혼자 잘하는 내가 제주라서 더 용기가 안나는 이유였다가 제주도 사람사는 곳이라는 생각엔 용기가 나는
대목이었다가. 또 다시 두렵기도 하다가 떨리기도 하다가...
그러다 결정적으로 용기를 낸 이유가 있었으니...
아무래도 나 혼자 가는 여행이라 게,하에서 묵으려고 예약을 하려니까 나이가 너무 많아 어렵겠다는
대답을 두 군데서나 들었다.
'어머나 내 나이가 벌써 그리 된 게야? 나 이제 50 초반인데'...
주눅이 들어 더는 알아 보기가 겁이나 그렇지 몇번을 더 거절 당했을지는 상상하기도 싫다.
한편으론 슬프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오기가 발동을 하기를
'그래 더 늦기 전에'...
그래놓고도 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여행을 혼자라도 꼭 가야겠니?'
그 두번째 질문에는 딸이 크게 용기를 더 해준다.
"엄마...너무 멋져 꼭 다녀 오셔"
하여 드디어 결정을 내리고 여자 혼자 가는 제주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검색해 가며 차곡차곡 정리하였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던 시간들을 보내고 드디어 결전의 날.
내가 열광해 마지 않는 제주 땅이 발 아래로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런저런 염려와 망설임으로 렌트카를 게을리 알아 봤더니 일정중 2일이나 차량을 구할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첫날과 중간 넷째날에 차가 없는 일정이다.
그래서 미리 가려고 맘 먹었던 성산쪽 게,하를 포기하고 공항에서 이동하는데 용이하고 나이 상관없이 받아주신
노형쪽에 2인 도미토리로 결정을 하였다.
대전도 아니고 더구나 서울도 아닌 제주에서 시내 버스를 이용하는 체험까지 하게 되는 아주 기대되는 일정으로 출발~
차가 없으니 다소 두려운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혼자 비행기도 탔는데 뭘.
부딪혀 보면 뭐가 깨지든 붙든 결단이 나겠지.
공항에 도착하여 500번 버스를 타고 게,하에 들러 캐리어를 맡기고 처음 일정으로 별도봉을 가려고 버스편까지
문의하여 나왔는데 대전에서도 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라 버스타는 게 영 막막하여 무작정 걷기로 하였다.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른채 발길 닿는대로 걸었는데 걷다 보니 도두동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더라.
아~
그러면 지난 번에 못갔던 도두봉을 한번 올라 보자 싶어 계속 걸었다.
걷는 거라면 평소에 즐기기도 하거니와 자신있는 운동 종목이기도 하여 크게 겁먹지 않고 즐기며 걸었다.
이어폰으로 좋아 하는 음악을 들어 가며...룰루~
같은 도심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제주스런 모습들이 기쁘게 반겨 준다.
이런 모습조차도 사랑스럽다.
이 길에서 자전거 여행하는 팀들도 꽤 만났다.
노형 이마트쪽에서 걸어걸어 드디어 도두봉에 도착.
아침 일찍 멀미날까 싶어 시원찮게 먹은 식사여서 벌써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김포에서 7시20분 비행기를 탔으니 얼마나 일찌기 아침을 먹었겠나 거의 새벽 시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세
일반인들이라면 목에 밥도 못 넘기는 시간이련만 그 놈의 멀미가 내 목에 밥알을 넘겼는데
여기선 그 조차도 요긴한 대목이었지.
중앙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둘레길로 이런 길을 죽 따라 가니
이쁜 데크도 만나고
또 이런 길을 통하여
옥색 바다가 펼쳐진다.
와 여기 생각보다 너무 좋네~
바다로 직접 연결되는 계단도 있고
다시 둘레길로 접어 들어 한바퀴 돌고 정상으로 오르기로...
아~너무 좋아
다시 보는 사진만으로도 가슴이 울렁~
이건 도두동 주민들을 위한 운동 기구이겠지?
물론 여긴 관광지이니 온 국민이 이용 가능하겠지만 누가 관광와서 운동까지 하겠는가.
이동하며 관광하는 자체도 어찌 보면 운동이라 할 수있을텐데...
둘레길을 한바퀴 돌아 오니 처음 만났던 계단으로 올라 왔으면 바로 이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나지 싶더라.
야트막한 오름이니 정상도 높지 않아 조금만 올라가면 곧바로 정상이다.
그 짧은 구간마저 이렇게 이쁘게 다듬어 놓으셨네.
벌써 다왔네.
근데 난 옆으로 돌아 가는 이 길이 맘에 들어 이 길을 통하여 정상으로...
코앞에 정상.
정상은 이런 모습.
여기서 잠시 쉬며 가족들에게 사진과 잘 도착했다는 안부를 전했다.
혹시 변덕스런 제주 날씨에 비라도 만날까 봐 우산을...
차가 없는 날은 내내 저렇게 우산을 꽂고 다녔는데 한번도 펼칠 일은 없었다.
차가 없는 날이 있으니 다른 짐들조차 여행내내 무거운 짐으로 밖에 느끼지 못했는데 저 우산도 그 짐의 일부였다.
짐이라고 굳이 표현을 하는 이유는 이래서 저래서 필요할 듯하여 챙긴 물건들이 캐리어 중간치에 닫기도 어렵게
챙겨 왔는데 거기서 반도 필요치가 않았더라는.
그래서 게,하를 옮기려 해도 짐을 옮기는 일이 만만찮아 혼자 지내는 6일 밤중 5일을 한 곳에서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인생도 돌아 보면 그런거 같아.
이래서 저래서 필요할 거 같아 큰 맘먹고 장만한 물건들이 대부분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모두 버려야만
하는 수많은 것들.
버리려니 각기 사연이 다 붙어 있어 버리기마저 요행치 않았던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짐 덩어리 ...덩어리들.
그렇지만 짐이라고만 여길 수없는 많은 것들이 또 살아 가며 적절히 필요하니 살아 있는 동안은 짐이라고 무시하며
살 수도 없는 일이니까.
짐이란 게 짐이 아닐 수도 짐일 수도 있는 인생이 끊일 듯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게 사는 모습 아니겠는가.
힛~
우산 하나 놓고 뭔 사설이 이리도...
아래서 보기엔 작은 동산 하나가 이렇게 여러 갈래의 멋진 길들이 이어진다.
역시 제주는 멋쟁이.
이 길을 따라 내려 와 걷는 데까지 걸어 보자며 용담 해안 도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