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제주 여행

용담해안도로

꽃수수 2015. 3. 9. 18:39

제주에 도착하면 복잡한 도심도 부담이고 이쁜 해안도로를 돌자는 의미에서 거의 이 길을 지나

서쪽 해안길을 가곤 했는데

이 길이 용담이란 이름을 가진 줄은 이번에 알았다.

차로 지나가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 나의 남은 여정을 축복해 주는 듯하다.

더구나 봄이 가깝다는 의미 담긴 훈풍으로 내 얼굴을 간지럽혀 주는데  더할 나위가 없는 날이었다.

차로 지나가던 느낌도 너무 좋았지만 천천히 걸어 가며 느끼는 느낌은 말로 표현이 안되네.

 

방사탑

제주의 어느 해설가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음기가 강한 곳에 이런 방사탑을 만들어 음기를 다스렸단다. 

맞는지는 나도 잘 모를 뿐이고...

 

저 말로는 표현해 내기 어려운 바닷색을 보라고.

 

앞으로 걸어야 할 길.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데 아까 내가 올랐던 도두봉도 보이네.

 

여기도 무슨 이름이 있는 공원이었는데 크게 살피지를 않았더니...

 

 

 

실제로는 너무 좋아 찍었는데 사진은 그저 평범~

 

 

걷는 동안 내내 배가 고팠는데 수많은 식당을 지나오면서도 혹 실패할까 또는 혼자라고 밥을 안 주실까

아는 바가 없으니 자꾸만 망설여져서 그냥 지나쳤다.

결국은 여러 번 먹었지만 차라리 내가 아는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 집의 이 보말 미역국이 너무 맛있어서 제주 도착하면 아침을 여기서 먹곤 했는데 오늘도 예외가 아니네.

8천 원을 지불하고 혼자 받은 거하다면 거한 점심상.

천천히 조금 지친 다리도 쉬어 가며 꼭꼭 씹어...

저 보리빵은 나중 헛헛할 때 먹을 간식으로 배낭에 챙겨 넣었다.

 

아직은 해가 중천이고 오늘은 차도 없는 데다 목적지까지 크게 없으니 다시 걷던 길을 마냥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데크도 나오네.

어느 블로그에서 봤는데 제주에서 길을 가다 이런 전망 데크가 나오면 웬만하면 다 들어가 보라는 팁을 얻었었다.

 

 

데크에서 내려다본모습.

역시 뭔가 있기 때문에 데크가 만들어져 있겠지.

 

 

 

걷다가 또 이런 곳을 만났는데 여기엔  땅채송화가 지천이라  별생각 없이 들여다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그 매력에 흠뻑 빠져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보내면서도 뭔가 모르게 괜히 마음은 조급하고 바빴는데 한편으론 이런 거 조차도 여행의 일부이니

오늘은 느림의 미학을 최대한 맛보는 날로 정하자고 

이유조차 없이 바쁘기만 하던  마음을 스스로 달래 주고 위로해 줬다.

그동안 늘 무언지 모르게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려니...

 

이번 여행에 새롭게 만난 제주 바닷가의 매력  땅채송화...

 

 

 

여태 몰랐던 제주의 숨은 모습을 참 많이도 만났던 아주 유익한 걸음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오늘날의 제주를 일군 기초가 아니겠는가. 도민들의 삶이자 애환이기도 할 테고... 

 

 

 

 

가다가 힘이 들고 다리 아프면 잠시 쉬어가는 여유도 가지자고...

정신없이 옆도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던 나날들을 조금은 보상해 주는 시간도 가져야지.

지금 이 여행이 그 일부이기도 하니까.

 

 

 

용두암이 가까우니 제주 도착 비행기가 쉴 새 없이 날아온다.

저들도 나처럼 꿈에 부풀어 날아오는 거겠지?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런 오솔길.

 

멀리 바라보이는 용두암엔 역시 사람이 바글바글.

저들 대부분은 중국인이 맞을 게다.

내가 수년 전 처음 제주에 갔을 땐 저들이 반가웠던 거 사실이다.

이젠 제주가 국제적인 관광지가 되었구나 싶었기에...

 

하나 지금에 와선 저들이 크게 달갑지 않은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게여... 여러 가지 의미로.

제주 시내의 한다 하는 식당이라면 간판조차 중국어로 크게 바꾸어 놓아서 처음에 그걸 보곤 잠시 어리둥절했더랬지.

메뉴판도 예외는 아니더라고...

 

지나치면서 보아도 역시 사람들이 바글바글.

용을 크게 숭상하는 저들 국민성으로 용두암은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들이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코스라 들은 적이 있다.

 

갈 데까지 가 보자는 마음으로 걷다 보니 이런 길도 나온다.

 

걷다 뒤를 돌아보니 참 많이도 걸어왔다.

 

 

 

가만... 혹 저건 사라봉이 아닐까?

나의 궁금증은 대박 욕심을 가져다주며 오늘 일정의 마무리 부분까지 결정이 나는 순간이었다.

어차피 오전에 내가 가려했던 곳이 별도봉이니 저 사라봉을 통해 별도봉과 곤을동 마을까지 둘러보고 버스로 게, 하에 도착 하자는.

무작정 걷기 시작하며 계획도 목적지도 크게 없었던 첫날의 내 일정이 한방에 정리가 되는...

한방이라는 것도 때론 결정적으로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닥 좋아하는 표현은 아닌데!!! ㅋㅋㅋ

 

점점 다가오는 봉우리를 보며 사라봉이라는 확신이 서자 무작정 걷던 내 발걸음에 활기가 더 해지며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아직도 해는 많이 남아 있고...

가자 사라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