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제주 여행

남겨져서 다행이다.

꽃수수 2019. 9. 30. 10:00

렌트카를 반납하고 숙소에 가기 위해 셔틀타고 공항으로 이동.

공항을 보니 뭔가 가슴이 뭉클하고 안간힘이 써진다.

비도 만나고 좋은 일기도 만나고 여러가지 생각과 경험이 함께 하면서 집에 가고 싶기도 하고 떠나기 싫은 감정이 교차를 하였지

근데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오늘 밤이 남은 게 너무 다행이고 행복하였다.

그래봐야 잠자고 일어나면 떠나야 하는데 말이다.

내가 지금 숨쉬고 있는 곳이 제주이고 그 제주에 남겨져서 다행이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대표 버스 365를 타고 관덕정 앞에서 내렸다.

그동안엔 차로 지나기만 하였는데 숙소가 근처라서 어부지리로 방문을 하였다.

매일 그렇진 않겠지만 관덕정에선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니 방문하기가 더 좋았지

아님 어둡고 무서워 생각이나 했겠는가.

어둠이 내려 앉은 관덕정 돌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8시 청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첫 차를 타러 나가면서 관덕정 돌담을 지난다.

버스를 기다리며 올려다 본 하늘이 오늘은 맑음이다.

그런데 정말 모르겠는 게 제주 날씨이다.

어제도 그제도 오전엔 찬란한 햇빗과 솜털 구름이 낀 하늘이 날 달뜨게 하였었지.

첫 차가 6시 출발이라는데 그건 종점에서 출발하는 시간인 모양이다.

기다린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365번 버스는 아직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전에 다리가 좋을 때는 이 정도의 거리는 걸어가는 것도 곧잘 했었는데 ㅠ

도착한 날도 느꼈지만 제주 공항 내부가 조금 바뀌었다.

아침 비행기로 돌아올 땐 항상 육개장을 먹었는데 다른 음식점으로 바뀌었네.

내가 선호하는 메뉴가 아니라서 영락없이 아침은 거르는 줄 알았다.

마침 관계자 분을 만나 여쭈니 그 음식점은 훨씬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다시 만나는 반가운 음식 육개장.

그런데???

이 날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고기가 질겨도 너무 질겨 고기만 건져놓고 나머지로 밥을 말아 먹었다.

전에는 다 좋은데 조금 짜서 그랬고 ...

그래도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먹으면 먹을만은 했었는데. ㅠ

웬만해선 음식을 남기지 않는 내가 어제에 이어 두 번이나 음식을 남겼다.

아침에 안개로 인하여 조금씩 지연이 되더니 우리도 30분이나 지연이 되었다.

그래도 비행기 안 뜬다고 하지 않으니 그걸로 감사.

드디어 우리가 이륙할 순서가 되었나 보다.

안녕

내 제주 ㅠㅠ

이륙하고 하늘로 치고 올라가니 안개가 자욱하던 공항과 대조되게 맑은 하늘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걸 보면서 난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곧 청주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제주도 참 아름답고 좋지만 내 사는 곳이 가까워 올수록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이 인다.

오곡이 무르익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 시기만 같아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렇게라도 제주의 공기를 콧속에 넣어줘야 이 가을을 날 수 있으니

어쩌겠나.

그래도 이렇게나마 여건이 되어 다녀올 수 있으니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나란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