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천을 산책하며
그대가 아름다워 보이는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 제목이 맘에 닿아 산 시집 제목이다.
그리고 언제나 내 맘속에 살아 움직이는 글귀이기도 하고.
세상 모든 건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할지라도 가까이 다가서면 냄새가 난다.
아름답지 못한...
나 자신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럴 것이고.
꿈이로다.
꿈이로다 그 모두가 꿈이로구나.
사는 게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란 생각이 요즘 지배적으로 든다.
모든 게 거짓말 같다.
길.
길은 언제나 그대로이고 같은 자리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
마음.
같은 조건 같은 장소에서 다람쥐처럼 도닥도닥 살아가는 나날인데 날마다 시간마다 때마다 달라지는 게 참으로 간사하다.
때로는 렌즈로 보이는 것 같은 삶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렌즈로 보여지는 세상은 다만 렌즈로 보여지는 세상일 뿐이라는 거.
그래도...
우리는 또 살아내야 하겠기에.
렌즈로 보일 법한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고단하게.
때로는 잠시라도 행복하게.
결코 존재하지 않는 무지개같은 삶을 소망하며.
살아내야 하겠지.
이렇게 主가 되었다가도
군중 속의 고독을 감내해 가면서.....
위의 길들을 걷기 위해 조금 아까 내가 지나간 길이다.
지나갈 땐 몰랐는데 건너편에서 건너다보니 지나온 길의 담쟁이 단풍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가까이 있는 소중한 걸 거의 망각하며 살아가는 오늘.
늘 건너편의 무지개 같은 꽃길을 목마르게 갈망하며 살아가는 나날.
그대가
아름다워 보이는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