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표선] 붉은 오름 -여자 혼자 오르기엔 너무 무서웠어.
정말이지 언제 어느 곳을 보아도 기대 이상으로 날 반겨주는 제주의 자연.
마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붉은오름 휴양림 역시 기대 이상으로 날 기쁘게 해 준다.
오름에 올라 무서움에 떨었던 1시간정도를 제외하곤 모든 여건에 만족하고 감사했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차비 경차 적용 1천원과 입장료 1천원을 포함하여 2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 가니
바로 이런 풍경이 맞아 준다.
이 길을 주욱 걸어 오름으로 오른다.
정감있게 소나무 사이로 s자를 그리며 만들어진 오솔길.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아름답다.
여기에서 오름으로 매점으로 숲속의 집으로 나누어 갈 수있다.
난 역시 오름으로...
일단은 혼자 움직이는 일정이라 안전을 위하여 사무실에 문의를 했었다.
전화 받으시는 분께서 그러시더라.
안전에 큰 문제는 없는데 어떤 분은 울고 나왔다고 하시는 분이 계셨으니 참고는 하시라고.
처음에 난 그 소릴 듣고 코웃음을 쳤더랬다.
뭘 울기까지...
뭘 울기까지 ㅋㅋㅋ
이 휴양림에 대하여 사전 조사할 때 보았던 수많은 포스팅에서도 그저 걷기 좋은 둘레길이라고만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나.
헌데 울고 나왔다는 분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까진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ㅠ
베어 쌓아 놓은 통나무의 이끼조차 아름답다.
친환경 야자 매트를 깔아 놓은 이런 길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데...
오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기 전에 복수초까지 반겨 주는 아름다운 길도 이어진다 룰루랄라~
저 따사로움이 느껴지는 제주의 봄 날 한가로운 오후를 좀 보라지.
아후~
어쩌라규.
그리고 곧 이어 나타나는 오름으로 올라 가는 계단길
거리도 이렇게 짧은 데다가 다른 휴양림의 숲길을 생각해 봐도 좀 한적은 하겠지만 뭘 울기까지나 그랬다지 ㅋ
뭘 울기까지나 ㅋㅋㅋ....................
정상까지의 400여M를 오를 때 까지는 이 복수초의 매력에 흠뻑 빠져 말 그대로 룰루랄라 했었지.
이때만 해도 참 좋았지 ㅋ
내가 올라온 길을 숨 고르며 돌아보는 기분도 시원하고 좋았었고...
이렇게 멋진 곡선을 그리며 맞이해 주는 운치있는 계단길조차도 좋았으니 제주의 봄 날 오후를 즐기기에
더 할 나위가 없었는데...
오름 정상부에 다다를 때 쯤 만난 옆 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길은 오름 둘레를 한바퀴 돌고 나올 때 이용하는 길이었다.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
여기서 망설이긴 했다. 그만 돌아갈까 말까...
그러나 언제나처럼 이내 나의 발걸음은 머리가 쭈뼛스며 돌아가라고 지시하는 뇌의 명령을 거부하며 전진 또 전진을
하였으니...
이 끝없는 욕심을 어이할꼬
이번 여행으로 큰 교훈을 하나 얻었다면 조금 비겁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적당한 게 가장 좋은 것 이라는 거.
끝을 보아야만 안심하는 못 된 자존심을 좀 버리자고 이젠.
1,370M라는 숫자가 만만했던 걸까.
여자 혼자 그렇게 우거진 숲길을 더구나 구조 조차 모르는 정글처럼 느껴지던 그 숲길을 걸을 생각을 했었다니...
나중에 생각해 보아도 팔뚝이 으슬거릴 일이다.
진퇴양난이란 표현이 과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때 내 심정은 최소한 그랬었다.
심지어 내 발자국과 내 그림자 또는 내 옷이 스치우는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면서 굼부리 둘레길을
마치 도망자처럼 걸었으니까.
무서워서 얼굴도 못 돌리고 그저 옆 눈길로 흘끗흘끗 살펴 보면서...
정말정말 평일에 담력이 나처럼 약하고 겁이 많은 여성은 혼자 걷기는 강력하게 말려 주고 싶었던 길.
여자 둘도 권하고 싶지 않고 최소 3명은 동행해야 무섭지 않을 수 있으려나.
숲이 너무 깊어 굼부리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어느 포스팅엔 남자 한 분께서 이 굼부리를 돌며 너무나 좋았다던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더구나 굼부리 바닥 부분까지 내려갔던 사진까지 보았으니 이 오름을 난 만만하고 나아가 기대치를 높여
꼭 가 보고 싶었던 길로 생각한 게 사실이다.
와중에 사진까지 찍을 마음을 먹었다는 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그저 놀랍고 감탄스러울 정도이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훗~
그나마 볕이라도 환하게 들어와서 다행이었다.
차라리 아니었으면 내가 일찌거니 포기를 했었을까?.
아니...
그래도 내 욕심은 감행을 했을 거다.
오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저 쪽 어디쯤에 사려니 숲길이 있어 전엔 사려니 숲길을 통해 이 붉은 오름을 올랐다는데
지금은 자연 보호를 위해 통제 중이란다.
전망대에서 둘레길을 걷기 위해 이 계단을 내려섰을 때 뭔지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느낌이 강렬했는데
그냥 무시를 해 버렸다.
그 무시로 인해 둘레길을 걷는 내내 속으로 놀라고 놀라는 시간이 내 느낌으론 1년도 더 되는 기분이었다.
아휴~
사진은 이렇게 평면으로 보이며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론 얼마나 숲이 깊고 그늘지고 무서운지 모른다.
나 역시 사진으로 이렇게 대하니 뭘 그렇게 떨었나 궁금하기 조차 한 걸보니 ㅋㅋㅋ
이 길 어디쯤에 굼부리로 내려 가는 너무나 미세하여 표시조차 나지 않는 길이 있는 모양이더라.
저렇게 희미하게 굼부리가 보이긴 하는 걸 보니
이 바위도 실제로는 엄청나게 큰 바위였는데 저 바위뒤에 뭐가 웅크리고 있지나 않을까 가슴이 오그라 들었다.
전망대에서 이제 3/1 정도를 온 것 같은데 나머지 걸어야 할 길이 까마득하다.
뿌리가 벌렁 넘어진 이 나무도 실제론 컸었는데 여기서도 뭔지 모르게 오싹~
정말이지 사진을 보니 내가 왜 그리 떨었던 걸까? ㅋ
길을 모르니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가운데 저 시설물이 잠시 나를 안도하게 해준다.
왠지 끝이 금방 보일 듯한 기분?
근데 여기서도 한참을 오르막으로 올라 오고서야 처음 올라가던 계단을 만났던 거 같다.
상당히 깊고 숲도 우거졌던 구간인데 사진은 역시 실감이 안나네.
아~
이제 다 나왔나 보다.
살았다.
간혹 이 포스팅을 보시는 어느 분은 너무 호들갑이라 그러실 수도 있겠으나 난 정말 무서웠고 눈물이 글썽거렸던 건
확실한 사실이다.
흑~
처음 들어갈 때 옆으로 나서 궁금하게 여기던 이쁜 길을 통하여 자연 휴양림으로 내려 왔다.
내려 오며 다시 만나 이젠 살아났다는 안도의 한숨으로 기쁘게 맞이했던 아까 올라갈 때 보았던 그 복수초들.
새삼 예쁘게 보이는 건 내가슴이 얼마나 오그라 들었던지 실감나던 순간이다.
노오랗고 환하게 웃어 주니 이제 그만 무서운 마음 풀어
복수초가 그렇게 내게 속삭이는 듯 하더라.
올 봄 제주에서 내가 가장 이쁜 모습으로 보았던 붉은 오름 자연 휴양림의 복수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