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제주여행

[서귀포] 모두가 이해가 간다. 호근동 애기동백

꽃수수 2020. 1. 22. 14:38

정확히 비 예보가 맞아떨어지는 날이네.

밤부터 내린 비가 아침이 되어도 전혀 수 그러 들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내린다.

 

후기가 크게 내키지 않아 조식권을 사용할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비도 내리고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식권도 아까워 갔는데 어머나 웬걸.

아들도 나도 크게 만족한 아침 식사였다.

나도 힘들고 아들도 힘 들어하는 눈치라 오전은 숙소에서 비를 핑계로 좀 쉬기로 하였다.

 

 

 

 

점심으로 애정하는 음식점에서 부담 없이 먹고.

 

 

이번 여행의 버킷 2위였던 동백 올레길.

 

 

꽃이 이미 지고 없네 ㅠㅠ

 

 

숱한 사람들이 주소를 공개할 수 없다는 말을 하시던데 역시 방문하고 나도 단박에 알았다.

분위기도 웬지 조심스러운 데다 꽃마저 없지만 뭔가 압도하는 힘에 이끌려 조심조심 들어가 보기로.

비까지 내리는데 우산 생각을 못해 숙소에 두고 왔고 우비도 두고 오고 ㅠㅠ

할 수없이 모자를 쓰고 비를 맞으며 다리까지 절뚝이고 들어가는데  시커멓고 고급스런 차가 미끄러지듯 나온다.

당연히 차가 나오니 난 저 건너편도 길인 줄 알았고 차를 비켜 주려고 나무 사이로 더 더 더 들어가는 상황.

그런데 그 차가 길이 좁기도 하지만 망설이듯이 아님 초보이듯이 비척비척 대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나무 사이로 들어 가는데 내 앞에 차를 멈추고 창문을 내리더니

"누구세요?"

"???................"

질문의 의도가 뜻밖이기도 하고 그런 질문이 의아하여 눈만 동그랗게 뜨고 바라 보니

(도둑질하다 딱 걸리면 이런 심정일까? 가슴이 마구 뛰더라)

"여기 길 아니에요 들어가지 마세요."

"?? 네~알았어요"

그러고도 못 미더운지 천천히 그 짧은 길을 돌아서가네.

황당하기도 했지만 우선은 미안한 마음이 크더라.

여기는 실제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인데 올 겨울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렸겠는가.

아마 나 같으면 진작에 문을 달아서라도 폐쇄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꽃이 예쁘니 보고 싶고 걷고 싶은 인지상정이 오늘 나 같은 사람을 만들고 또 만들어내는 거 아니겠나.

하지만 사람 발길만큼 모지락스런 것도 드물 테니 날마다  겪어내야 하는 그 심정이 오죽했으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사진 한 장 남기자고 얼마나 소란을 피웠겠나.

 

 

 

 

 

 

 

 

 

 

난 이 사진을 보고 막다른 곳이 그저 지나가는 마을 길인 줄만 알았었다.

검은 차의 여자분과 들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은 못 지켰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는 너무 아쉽고 빗길 달려온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살그머니 들어갔다가 얼른 보고  재빨리 나가기로. 

 

 

이 모퉁이를 돌아 서니 정말로 끝이었다.

여길 보고 나서 어떤 분이 실망했다고 하는 것도 봤는데 길이가 짧아 그랬다지?

난 길고 짧은 걸 떠나 나무와 길 자체가 너무나 훌륭했으므로 꽃이 없음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렇게까지 가꿔오신 정성도 크게 칭찬해 드리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성이 들었겠나.

 

 

 

 

이렇게 꽃이 다 지고 난 상황

 

 

가장 화려한 모습을 갖고 있던 두 송이.

 

 

또 하나

여기도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막상 개를 보니 무섬증도 들고 검은 차와의 약속이 자꾸만 떠올라

아들에게 사진만 찍고 길의 모습이 어떤지만 보고 후딱 나오라는 부탁을 했다.

아들은 개나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

내 조바심과는 아랑곳없이 비 맞은 녀석과 잠시 놀아주는데 나는 빨리 걷지를 못하니 차로 먼저 돌아왔다.

나중에 들었더니 길이 아니고 저 양 옆으로 각각 집이 있더란다.

집이라 사진은 안 찍었다고 그러네

아~정말 올레길이 맞았구나.

올라오는 사진과 글들로만은 보질 못했으니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아들에게 실상을 듣고 보니  미안한 생각에 더욱 마음이 아프더라.

예쁜 거 놓치고 싶지 않고 보고 싶고 걷고 싶은 여타의 사람들과 실생활을 소란스러움으로 방해받는 집주인과

아직 보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궁금증 포함한 욕심들이 끊임없는 마찰을 빚을 텐데

여기도 입구에 문만 달아 닫아 놓으면 소중한 장소를 우린 또 잃게 되니

방문하고 나서의 아픈 마음이 오랜 후유증으로 남는다.

모두가 진심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집주인 분에게 이 글을 통해서 나마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