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산행-빈계산
깊은 숲이 주는 호젓함을 누리고 싶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루 종일 혼자서 오르다 내리다 쉬다 먹다 그렇게....
하필 잡은 날이 흐리다
아침부터 나설까 말까 망설이다 우비 챙겨넣고 나섰다
목적지인 게룡산 초입에 들어서는데 그때부터 차창에 비가 뿌린다
가는데 까진 가겠으나 공연히 주차비가 아까울 거 같아 동네 산이나 가려고 차를 돌렸다
나선 길이 아까웠으므로
망설이다 들어선 길
빈계산
맞아
이 산이 있었지
차마 계룡산에 비할까 마는
이 산도 참 수려하다
비단 처럼 수려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금수봉도(錦秀峰) 있지 않은가.
비가 부슬거림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엔 차 둘 곳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그래 이 빗속에서도 다들 산을 오른단 말이지
그럼 나도 가는데 까진 가보자
설마 정상까지 갈수 있으랴는 마음에 그냥 가볍게 나섰다
가끔씩은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들 그냥 오르는 모습들이다
크게 용기를 내어 쓰고 가던 우산을 접어 들고 터벅터벅.....
이 느낌이 참 좋다.
혼자서만이 느끼는 호젓함도
터벅 거리는 내 발자국 소리도
이 높은 곳까지 이런 시설물들을 설치하는 걸 보면
그럼에도 이 계단 길이 안전한가 보다
비용도 무지막지 들었을 텐데 말이다
이 높은 곳까지 올려온 성의도 그렇고 사람손을 사 일일이 이걸 설치를 했을테니
그래도 우린 등산할 때면 이런 계단 길을 무서워한다
그러나 산길 계단을 오르며 발견한 노하우 하나는
이렇게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를 땐 바로 한 계단 위만 바라보며 걷는다는 거다.
그러면 같은 계단 길을 오르면서도 힘이 훨씬 덜 든다.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어느새 계단 길이 끝을 보인다
사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싶다
가파르고 어려운 고난 길을 만나면 참 아득하다
그러나 하루 하루 충실하다 보면 어느 새 우린 그 길을 다 오르게 되는 경험이 많이 있다.
멀리 바라보지 말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들만 해결하며 지나다 보면
그 아득하던 어려움도 서서히 풀리게 되는...
그럼에도 우린 또 이런 오르막을 만나게 된다.
겂낼 건 없지
이미 우린 가파른 길을 헤쳐나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르다가 문득 뒤돌아 내려다 보는
내가 지나온 그 길들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많은 계단들을 밟으며 이미 올라섰는가 말이다.
숲이 주는 호젓함과 더불어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보너스다.
며칠전에 내린 비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발 담그고 싶다.
같이 못 온 친구가 내내 생각이 난다
같이 왔더라면 지금 쯤은 어땠었을까
이 부분에선
아님 저 부분에선........
산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항상 청아하단 생각만 했더랬다 그 동안엔.....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느껴왔던 그 새소리를 외로움으로 들었다던 친구 생각도 했다.
우리 모두가 비슷한 유년 시절을 보냈었기 때문일 게다
그러고 보니
누에를 쳐서 부 수입을 삼으셨던 부모님 도와드린다고
뽕잎이 든 푸대 자루를 이고 내려오던 산 기슭이 떠오른다
맞아....그랬었어
내가 단지 그 친구처럼 외로웠었단 표현 방법이 생각이 안 났을 뿐이지
그 뽕잎 든 자루를 이고 내려 오던 가파른 산길에서 뻐~꾹 뻐~꾹 울어대던 뻐꾹새 소리가.......
그렇다.
참으로 외로웠었다.
엄마는 지금도 아주 가끔씩 누에치시는 꿈을 꾸신댄다.
좋은 생각보단 누에를 치시며 어려웠던 순간들이 더 자주..........
아마 그게 엄마에겐 외로움이었을 수도 있겠다.
때론 잔잔하게 때론 험하게 오르 내리 던 능선길이 끝나고 내리막도 끝나고 막바지에 만나는 이런 평화도 참 좋다.
내가 힘 들여서 산을 오르 내리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