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제주여행

또 한 번의 작별 -안녕 제주

꽃수수 2020. 1. 28. 14:30

20번을 넘기면서는 방문 숫자를 세지 않는다.

온 가족과 함께 제주 여행이 내 버킷 1위였는데 지금은 그게 10번도 넘은 것 같다.

나란 여자 얼마나 복받은 여자인가.

 

이번 방학에 계획은 많이 세웠다.

온 가족 해외 여행 1회 그리고 제주 한달살이 하기

온 가족 해외 여행은 지금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아 내년으로 미루었고.

제주 한달살기는 한 달을 사는 것보단 다달이 1주일-10일 방문으로 바꾸는 게

더 많은 자연을 보는데 용이할 것 같아서 바꾸고

그전에 입원 13일

이번 계획인 다달이 제주를 가면 다리 신경 쓰이지 않게 오름도 맘껏 가고 올레길도 걷고 곶자왈도 맘껏 걷자고.

아픈 다리를 치료한 후에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었다.

모든 게 다 좋았는데 더 좋아 지려고 무릎에 주사를 맞은 게 탈이 났다.

오른쪽 무릎이 퉁퉁 부어 올라 오므리기도 못하고 걷기는 더 어렵고.

 

1월의 1주일 방문은 입원 전에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아 퇴원하고 두 밤만 자면 제주에 갈 수 있도록 해 놨었지.

19년 1월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우린 이제 명절에 갈 곳이 없어졌다.

1월 방문은 온 가족이 해외여행도 취소했으니 다같이 시간 내기 좋은 명절에 제주에서 보내기로 결정을 했었다.

퇴원하고 날이 닥치니 다리가 이런데 어째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자니 다리가 너무 아프고 취소 하자니 범위가 너무 넓었다.

나와 아들이 8박 남편이 5박 딸이 3박.

더구나 예약한 모든 것에 상한 시기가 넘어 버려서 모든 경비를 찾지도 못하게 되었으니.

그럴 바엔 기어서라도 가자고 ...물론 길 정도는 아니기도 했었으니.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것보단 가서 숨이라도 쉬고 또 4-5일 정도면 괜찮아질 거라 하셔서 다녀오는 게 좋을 듯싶었다.

목욜에 주사를 맞았으니 우리가 월욜에 가고 화욜이나 늦어도 수욜 쯤에는 괜찮으려니 싶기도 하였고.

결론은 방문 내내 너무나 아팠다.

아들이 제일 고생이 많았다.

다행히 아들도 제주를 좋아하니 그나마 안심이었지 혼자 운전 다하고 엄마의 소소한 심부름 수발까지.

근데 이상하게 남편보단 아들이 더 눈치가 보이더라

물론 남편에게 부탁하는 것도 눈치가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내 다리가 아픈 거 외에는 남편도 딸도 명절임에도 수월히 제주에 도착을 하였고

이틀 정도 비가 내린 거 정도가 불편했을 따름.

비야 생각 나름으로 운치로도 충분히 받아 드릴 정도의 수이니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길게는 장장 8박 9일간의 가족 명절 여행이 제주에서 행복했다.

 

명절이 끝나면 남편이 가게를 열어야 하니 끝 날 돌아오려고 했는데 표가 없다.

우린 들어갈 땐 저녁 비행기 나올 땐 아침 비행기도 자주 애용한다.

그렇게 하는 게 숙박비는 조금 더 들지만 제주를 오롯이 느끼기가 좋더라.

저녁 비행기로 가면 좋은 점은 푹 쉬고 아침 일찍 시작하니 개운하고 몸이 가벼운 상태의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되고

아침 비행기로 나올 땐 2% 남은 아쉬움이 제주에서 하룻밤을 더 자면서 해소가 되더라는

공항 근처에서 잠을 자고 카카오 택시를 불러서 도착해 수속을 마치고 먹는 아침도 맛을 떠나 특별하다.

 

이건 내가 주문한 제육덮밥.

 

 

아들이 주문한 카레 돈가스.

 

딸과 남편의 육개장.

모든 메뉴가 맛은 소소하다.

명절 끝이라 그런지 재료도 다른 때에 비해서 부실해 보였다.

 

김포로 가는 딸이 우리보다 30분 늦은 비행기였는데 우린 40분이 지연이 되니 오히려 우리가 출발이 늦다.

 

언제나 그렇지만 제주에 머무는 내내 날짜와 시간이 가는 것에 대한 조바심에 가슴이 아픈데

가장 가슴이 아픈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또 작별을 해야 하는 시간이니까.

어제 그렇게 비가 많이 내리더니 오늘은 떠나는 날인데 날씨까지 화창하네 ㅠㅠ

 

점점 구름이 걷히고

 

지연된다고 예정된 시간보다 20분이나 더 지연이 되고 나서야 서서히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

 

그리곤 이내 이륙 ㅠㅠ

안녕 제주.

이런 작별을 얼마나 더 하고서 난 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젠 구름 속으로...

그리고 제주의 모습도 순식간에 구름에 가려 사라져 버렸다.

 

 

구름 위는 이렇게 더욱 화창하네.

 

 

 

 

 

잠깐 깜빡 잠이 들었던 듯한데 청주에 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청주가 가까울수록 편안해지는 이 안도감은 또 무엇?

 

청주 공항을 빠져나오니 바로 이런 모습.

날씨가 이렇게 쾌청하여 제주에 남겨 놓고 온 미련 감이 오히려 해소가 되네?

 

하늘 한 번 예쁘네 ㅜ.ㅜ

 

도착하여 가게문 열어 놓고 아들이 좋아하는 순대국밥 먹으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우리 가족 명절을 겸한 제주 여행.

참 내가 무슨 복에 이런 호사를 누리는지.

너무나 감사하다.

별 탈없이 잘 다녀온 것도 감사하고

 

이번 여행의 주제는 내가 이렇게 정했다.

 

 

다리가 아프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우린 얼마나 많은 감사의 조건을 간과하고 지나 가는지.

비로소 그 지경에 이르러서야 알게 되다니.

 

범사가 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