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제주여행

[제주 여행] 제주는 지금...봄 (4박 5일 가족 여행 총정리)

꽃수수 2021. 3. 11. 23:59

코로나가 내내 기승을 부렸던 2020년.

무릎이 많이 아파 여행을 망설였던 구정 연휴 가족 여행을 마지막으로 제주를 찾지 못했었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14개월 정도?

1년에 6번 정도를 방문하던 내게 14개월은 정말 아득하고 길고 먼 터널 같았다.

출근 날짜가 정해지고 가족 모두의 스케줄을 점검해 보니 4박 5일은 가능하겠어서 큰 맘을 먹었다.

표를 예매해 놓고도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3월 7일이 다가왔고 우린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이내 제주에 도착했다.

꿈은 아니지?

 

제주는 조금씩 변해 있었다.

물론 사람에게 편리함 위주로 말이다.

 

제주 첫 끼로 애정 하는 토끼와 거북이에 가서 미역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미역국이 어찌나 맛있고 시원한지 멀미로 뒤집힌 속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맛이다.

그리고 음식 인심이 참으로 푸짐하고 직원 모두가 정말 친절한 맛집이다.

 

가족 여행으로 제주에 오면 첫 관문처럼 가야 하는 곳이 애월 해안도로이다.

식사를 마치고 해안 도로를 달리다 금능에 들어갔다.

내가 협재보다 금능을 선호하는데 알고 보니 딸 역시 그렇대서 모전여전이라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금능에서 협재까지 소화도 시킬 겸 걸었다.

바람은 역시 제주답게 많이 불었지만 훈풍이라 걷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애기동백을 보러 가는 곳인데 꽃 시기는 훨씬 지났지만 예쁜 길이라도 본다며 들어갔더니

늦둥이 애기동백들이 함빡 반겨줘서 나를 너무나 기쁘게 만들어 줬다.

 

그리고...

이렇게 꽃이 활짝 핀 모습을 그렇게나 보고 싶어 했던 길.

다른 해에 비해 올해 모든 꽃이 이르게 피기에 3월 초임에도 활짝 핀 모습을 보는 듯하다.

원래는 4월이나 되어야 이렇게 꽃이 피는 걸로 알고 있어서 실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바닥에 떨어진 꽃과 유채가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길이기에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꽃이 많아서 좋았다.

황홀했다.

처음엔 날이 흐려서 좀 그랬는데 내려 올 무렵에 드라마처럼 햇빛이 환하게 비춰줘서 너무나 감격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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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리 야자수 밭.

가수 라비라는 사람이 여기서 뮤, 비를 찍었단다.

그 뮤, 비를 일부러 찾아서 보았는데 세상에 동남아 어느 나라의 정글에서 찍은 것처럼 보여서 깜, 놀 했었다.

실제로 와 보니 길은 짧아도 이국적인 분위기에 잠시나마 흠씬 젖었던 곳.

이 짧은 길에서 어쩜 그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운 뮤, 비가 나왔을까 감탄도 했더라는.

 

시장 투어를 해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어 보고 싶은 소망을 이루었다.

이 소망을 위하여 우린 공항 근처의 숙소를 예매했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민속오일장이 2, 7 장인데 마침 우리가 7일에 갔으니 웬 횡재인가 싶었지.

근데 막상 가보니 여긴 오일장 개념으로 도민들이 주로 이용하시는 거 같았고 우리가 찾고 있는 음식은 별로 없었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딱새우가 없어서 바로 마음을 동문시장으로 돌린 것이다.

민속오일장에서 구매한 음식은 빙떡과 족발이었는데 빙떡은 차에서 간식으로 먹어 사진이 없다.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크더라.

 

어쩔 수 없이 동문야시장엘 가서 딱새우회랑 전복김밥, 문어 등을 구매하고 숙소에 도착하였다.

음식 맛은 내 입맛 기준으로 빙떡이 맛있었고 전복김밥이랑 문어도 먹을만 했고 딱새우회는 나름 먹을만은 한데

난 비린 맛이 별로라서 오래 먹기는 좀 그랬던 음식이다.

한 번쯤은 먹어볼만한 맛???...

 

둘째 날.

아침은 고사리 육개장을 노래 부르던 아들의 소망으로 우진에서 20분을 기다려서 먹었다.

전에 아들하고 갔을 때 난 육개장이 자신이 없어 해장국을 먹었는데 아들이 하도 맛있었다 두고두고 말 하길래

이번엔 과감하게 도전을 해 보았다.

딸은 다같이 나눠 먹는다고 해장국을 시켰다.

그러게 내가 자신이 없을 것 같았던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다 이유가 있었던 거지.

남편과 아들이 너무나 맛있게 먹기에 내색은 못하고 깨작거리다 절반은 남기고 나왔다.

난 원래 비린내를 싫어하는데 고사리 비린내가 좀 거슬려서 입에 안 맞았을 것이다.

그나마 딸이 해장국이 맛있다고 잘 먹길래 다행이다 싶었지.

 

아침을 먹고 절물에 왔다.

절물은 수년 전에 왔을 때 삼나무를 너무나 많이 잘라낸 모습을 보았기에 마음이 아파 한동안 찾지 않았던 곳이다.

들어서자마자 삼나무 군락을 본 남편이 너무나 멋지다며 감탄을 해댄다.

여태 제주에 왔을 때 그 어느 장소보다 멋진 곳이라고 왜 이제야 데리고 오냐며 원망 아닌 원망을 ㅋㅋ

그러고 보니 제주에 오면 내 위주로 여행을 다닌 건 아닌가 싶은 반성이 된다.

 

이번 절물 방문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노란 복수초.

올봄엔 노랑색 꽃에게 꽂힌 거 같다.

 

점심을 먹으러 낭뜰에 쉼팡에 왔다.

여기도 방문 장소 근처에 있으면 웬만하면 먹고 가는 집.

정식 2인에 들깨 수제비와 돌솥 비빔밥.

항상 후회하지 않는 초이스.

 

조천리 겹동백도 나무만 보았지 꽃핀 모습을 못 보았기에 방문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

다만 사진이 제 색을 내주지 못해 아쉬울 뿐.

 

진수내=진숫내

생각 외로 너무나 좋았던 곳.

실상 육지에서의 이런 모습은 웬만한 내가 흐르는 곳엔 다 있기 마련인데 화산섬 제주라 그런지 그 느낌이 특별했다.

 

그리고 진수내 바로 옆에 장기동 유적지.

원형의 대나무 숲과 푸른 초지가 인상적인 곳.

 

그리고 함덕으로 내려왔다.

바다 색깔이 정말 예술이었는데 이때부터 바람이 차져서 걷기는 다소 부담스러워졌다.

 

김녕리 청굴물을 보고 해안도로를 따라 숙소로 이동하였다.

 

저녁은 궁금하던 마농 치킨을 먹기로 하였다.

김밥을 사고 치킨을 사고 숙소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먹었는데 나름으로 맛이 좋았다.

이로써 시장 투어로 먹는 저녁과 마농 치킨으로 먹는 저녁을 다 해 보게 된 것이다.

 

셋째 날

아침으로 금백조로 가든에 왔다.

아들이 수시로 먹고 싶다 말하는 집이다.

이날은 넷이 왔으니 정식에 문어까지 시켜서 아침부터 배 터지게 먹었다.

그리고 저 제육볶음이 양념맛도 좋고 쌈에 싸서 먹으면 아주 예술이다.

이것도 아마 내 입맛 기준일게다.

난 고기양이 많지 않고 비린내를 싫어해서 양념으로 고기맛을 잡아줘야 비교적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절대적으로 단백질이 필요한 사람이란 판명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정 고기가 싫으면 두부나 계란이라도 많이 먹으라시는.

 

신풍 목장이 보고 싶대서 왔더니 이미 귤껍질 말리는 시기가 끝났는지 썰렁하더라.

귤껍질 말리는데 수많은 사람의 방문으로 인하여 방해가 되니까 지금은 이런 철조망을... 마음이 아프다.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밟고 뭉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개방해주시는 목장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유채꽃을 본다고 정의 읍성에 왔다.

유채도 예쁘고 간간이 보이는 동백꽃도 예쁘던.

미역과 고사리를 사 왔는데 고사리가 어찌나 연하고 통통하고 맛있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방문하면 고사리는 또 사고 싶다.

 

녹산로에 겹동백 길.

여기도 꽃을 보고 싶어 찜 해놓고 기다렸던 곳.

녹산로에 벚꽃은 아직이고 유채는 그래도 봐줄 만하게 피어 있었다.

 

가시리에서 신흥리로 왔다.

농장의 동백이 궁금했던 터.

 

도로의 동백꽃이 먼저 반긴다.

이 모습을 보고 싶어 몇 년을 벼르고 별렀는데 3월에 제주에 가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이번엔 때를 잘 맞춰 농장의 동백도 보고 길옆에 낙화한 동백도 보았으니 너무나 마음이 흐뭇하더라.

 

표선을 지나다 간식이 고프대서 롯데리아 햄버거를 샀는데 이왕이면 바다를 보며 먹자고 어느 바닷가에 들렀다.

그냥 무심히 차를 세워도 어느 곳이나 풍경이 되는 양파 같은 제주.

애들이 햄버거를 먹을 동안 남편과 바다 구경을 나섰는데 나중에 애들까지 합류하여 한참의 시간을 머물렀다지.

풍경에 압도되어...

 

주소를 알 수없어 내내 궁금해하다가 20년 겨울에 드디어 알게 되었는데 코로나가 또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그 예쁘던 애기 동백꽃은 못 보고 장소라도 보고 간다고 잠시 들렀다.

위미리 3760.

무한한 가능성을 겸비하고 있었던 곳.

 

딸이 3년을 별렀다는 삼미 흑돼지.

먹고 보니 3년이라도 벼를만했네 그려.

서비스도 좋았고 음식 인심도 좋았고 고기 맛도 좋았던.

 

숙소에 체크인하고 도심을 걷자고 나왔는데 이중섭 거리와 매일올레시장이 바로 가까이에 있어서

무엇을 사거나 먹지 않고 걷기만 해도 왠지 마음이 풍요롭더라.

 

넷째 날.

은희네 해장국을 애정 하는 우리 가족.

대전에서도 제주 음식이 그리우면 종종 포장해다 집에서 먹을 정도로 애정 한다.

지금은 대전에도 2개가 생겼고 세종에도 1개가 생겼더라.

은희네 어떤 매장보다 맛이 좋았던 서귀점.

딸은 서류를 한다고 남편은 아침을 안 먹는다고 숙소에 남았고 아들과 둘이 가서 먹었다

 

배가 부르니 조금 걷자고 근처에 있는 돔베낭골에 왔다.

1시간 정도를 걸었나.

아침부터 저런 풍경으로 인해 풍요로운 산책 시간이었다.

진심 제주 도민이 부러운 순간.

이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아침 산책도 클래스가 다르지 않나.

 

어제 전화로 주문했던 오는정 김밥.

주문이 어렵다던데 운이 좋았는지 전화 10번 만에 멸치 2줄과 기본 2줄, 치즈 1줄 주문에 성공하였다.

올레시장에 들러 튀김과 떡볶이, 어묵을 사고 검은여 해안으로 나와서 간식 만찬을 즐겼다.

 

아들이 운전해 주는 찬스를 이용하여 차로 올라가는 길이 아슬아슬한 군산오름을 올랐다.

 

역시 아들 찬스로 창고천 비경도 감상하고.

 

돌고래 본다고 상모리 해안에도 들렀다.

 

그리고 마지막 밤을 보낼 숙소에 체크인.

 

제주 지인과 약속이 있는 아들을 위해 제주시에 나왔다.

아들을 약속 장소에 내려 주고 남편은 속이 좋지 않다고 하여 딸과 나만 중국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꽤 맛있게 먹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사진이 없는 걸 보니 찍지 않은 모양이다.

 

산지물의 야경이 참으로 빼어나다.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딸과 둘이 소화도 도움 겸 산책을 하는데 제주의 매력은 끝이 없다는 걸 다시 또 느낀다.

다음엔 근처에 숙소를 예약하기로 딸과 둘이 얘기하며 걸었다.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기 좋을 것 같은 곳.

 

다섯째 날

아침에 일어나 라온을 산책했다.

가히 공화국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단지.

제주에서 이런 곳에 사는 이들이 참으로 부러웠다.

 

아침은 검색으로 찾아낸 친정가는날에 갔다.

정말 큰 기대 없이 갔는데 너무나 기막힌 맛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온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아들은 다음에도 꼭 아니 여기 먹고 싶어 제주를 방문하고 싶을 정도의 맛이었단다.

딸은 지금까지 제주 방문을 통틀어 가장 맛있는 맛집으로 기억하고 싶단다.

우리 네 가족이 모두 크게 만족했던 맛집 중의 맛집이었다.

이번 제주 여행의 마지막 날인데 이렇게 맛있는 대접을 받으니 더욱 의미가 있게 맛이 있었다.

 

식사 후 모두 지쳐 보이길래 가볍게 해안도로 드라이브나 즐기자고 말해버렸다.

아들이 이런 바닷길을 달리는 걸 좋아하는 연유이다.

나?...

난 물론 동백길도 한 번 더 가보고 싶었고 곶자왈도 걷고 싶었고

특히 나 혼자 가기 어려운 족은노꼬매의 고사리밭도 사람 많을 때 가보고 싶었지 ㅠㅠ

 

그리고 애정 하는 곤을동 마을.

여긴 애들도 크게 만족한 장소라서 제주 여행 마무리로 초이스가 좋았던 거 같다.

 

마지막 식사

시골길 낙지볶음.

여기도 너무나 만족한 식사였다.

아침을 거하게 먹어 속이 비지 않아 그랬는지 많이 남아서 포장을 부탁했더니 기꺼이 싸주시더라.

물론 기본 양이 많기도 많았다.

 

지금 제주엔 벚꽃, 목련, 개나리,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기 시작하고 동백과 유채, 무꽃도 예쁘고

먼나무 열매가 꽃처럼 아름답더라.

오랜만에 제주를 방문했더니 기본적으로 사람 중심으로 약간의 변화가 있었고 두드러지게 변화한 게

등대가 많이 생겼더라는 생각이다.

육지에서는 아직 이른 봄이 제주엔 곧 무르익을 듯하다.

 

그렇게 행복한 4박 5일간의 제주 가족 여행이 행복하고 별 탈없이 잘 마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