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제주 여행

[제주 여행]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의 동광리 수국

꽃수수 2019. 6. 22. 08:30

사실 이번 수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기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장 많이 망설였던 곳이다.

동네라고 하여 민폐가 되진 않을까 싶어 그런 게 가장 큰 이유였고

글로 써놓으신 주의사항들에 위축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보고 싶고 궁금하니 조심조심 다녀오는 걸로 결론을 내렸는데 작년엔 보이지 않던 주소마저 보이니

마음을 잡은 거다.

주소를 찍고 찾아가는데 뜻밖의 장소이다.

동광육거리에서 들어가는데 설마 마을이 있을까 싶어 길을 잘못 든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안내를 해주니 찾아갔더니 생각외로 평범하고 아늑한 마을이었다.

수국도 사진으로 보기보단 훨씬 규모가 있고 아름다웠다. 가슴이 두근두근

 

 

혹여 민폐스러울까봐 차도 마을에서 멀리에 놓고 아주 이른 시간에 도착을 하였는데 이미 2-3팀이 사진을 찍고 있더라

 

 

아 넘 예뻐

 

 

여긴 길 반대편

 

 

 

예사롭지 않은 집을 만났는데 바로 이 집에 사시는 주인마님께서 이렇게 수국 마을을 만드셨다네

잠시 꽃보고 나오다가 그분을 만났는데 장화 신고 모자를 쓰셨는데 압도되는 포스로 걸어오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 건넸다.

나보고 어디서 오셨나고... 육지에서 왔다 하니 차가 안 보여 질문을 하셨다네

난 민폐를 우려하여 좀 멀리 놓고 온 건데 그래서 도민인 줄 알았다네 아님 근처에 숙소를 잡았거나...

혹시나 싶어 여쭈니 바로 본인이 수국을 심고 가꾸셨다고 한다.

사실 처음엔 인터넷에 떠도는 주의사항 글 때문에 말도 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첫인상 포스에서 느껴졌던 꽃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계신 도회적이고 지적인 이미지가 대화중에 그대로 느껴져서 참 편안한 마음으로

한참의 대화를 나누었다.

너무 꽃을 좋아하셔서 본인이 보려고 이 수국을 많이 심었다는데 처음엔 이쁜(?) 도둑질을 많이 당하셨다 그런다

꽃도둑은 이쁜 도둑이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본인은 많이 속상하셨다고... 암 왜 아니 그렇겠는가.

나래도 그랬을 겨 이렇게 되기까지 15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하신다.

집안도 어찌나 정갈하고 이쁘게 꾸며놓으셨는지 참 바지런하고 정갈하고 도회적인 여성이구나 싶었다

뜻밖에 제주에서 나고 제주에서 자라셨다는군.

본인은 아침저녁으로만 꽃을 보신다는데 도로에 있는 낮은 다리 난간에 앉아 보신다는군.

그분의 6월은 날마다 행복하지 않을까 싶었다.

 

 

 

 

동네에 어르신들은 꽃 보러 오는 분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신다며 꽃이 피는 시기에는

일부러 돌아서 먼 길로 다니신단다.

그 부분이 마을 어른들께 송구하신 부분이라고.

하지만 그게 바로 제주의 인정이고 어른됨의 배려가 아닐까 싶어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만남이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수국이 더 남달라 보였고 그분이 엄청난 거인으로 보이더라

 

 

여기가 엄청난 규모의 수국 명소도 아니고 그저 조용한 마을인데

우연히 지나가다 눈에 띄어 방문하는 사람이 참 좋다 하신다.

웨딩 촬영을 금하신 이유는 그분들은 상업성을 띄고 멋진 사진을 건지려 주변의 꽃과 나무를 생각 없이 짓밟는다고.

물론 처음부터 금지를 시킨 건 아닌데  점점 행태가 가관이라 그런 조치를 취하게 되셨다고.

나를 지칭하며 본인은 그저 이렇게 조용히 다녀가시는 관광객을 참 좋아하신단다.

사진 몇 장 찍고 그렇게 지나가는...

 

 

 

왼쪽엔 그분 소유의 밭이 있는데 온갖 꽃을 심어놓으셨다.

풀 중에 모양이 이쁜 블루그라스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도 돈 들여 사다 심었고 국화도 몇 종류를 심었는데

웨딩 촬영하는 사람들이 밟아 많이 죽어서 속상해서 지금은 밭에도 출입을 금지시켜 놓으셨다고.

그래 맞아.

처음엔 어디든 주의사항 같은 건 없었던 거야

우리가 다 그렇게 만드는 거야.

 

 

죄송하고 고마워요~~~

 

 

 

 

 

 

 

 

이 분이 꽃을 사랑하는 것만큼 마음이 꽃 같다는 걸 알게 된 사고가 생겼는데

둘이 한참 대화중인데 꽃을 보러 오는 사람인지 아님 지나가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이 아침저녁으로 걸터앉아 꽃을 보신다는 낮은 다리 난간을 차로 올라타는 작은 사고가 일었는데

이 꽃 본다고 온 사람이 아니냐며 크게 걱정을 하는 모습에서

아~~ 이 분은 정말 마음이 꽃 같은 분이구나 싶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엔 일부러 찾아올 만한 장소가 아닌데 여기 오는 모든 분들이 그저 무탈하게 왔다가

조용히 가기를 바란다는 아름다운 마음이다.

나중에 그 사고차를 그 분과 헤어지고 보았는데 차는 도민 차였고 크게 다치지는 않은 듯하여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 참 다행이란 생각이.

 

아름다운 수국을 만나 기쁘기도 하였지만

그 보다 훨씬 아름다운 마음을 소지하신 귀하신 분을 만나 너무 기뻤던 시간.

꽃보다 사람이란 평범한 말이 진리로 떠오르는 시간.

귀한 분의 귀한 장소가 그 분의 바람대로 모두가 지나가는 바람처럼

다녀간 듯 아니 다녀간 듯 날마다 조용하고 귀하고 아름다운 장소로 영원히 남아있길 소망해 본다.

꽃을 밟거나 꺾지만 않는다면 언제라도 꽃을 보고 가는 건 대환영이라고... 감사해요

힘들여 가꾼 만큼 다수의 사람이 보는 건 좋은 일 아니냐고... 

이른 아침부터 귀한 여인을 만나 귀한 대화를 나누고 가슴 벅차게 수국 여행을 시작하니

이번 수국 여행이 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