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를 걷다가 눈에 띈 예쁜 오솔길이 궁금하여 그 길만 잠시 보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오늘 난 횡재한 하루였다.
안 갔더라면 어쩔 뻔했어?
중간에 포기했더라면 어쩔 뻔???
난 단지 이렇게 예쁜 길이 궁금하니 어디로 연결된 건지 알아만 보려고 했던 건데 ㅋㅋ
첫 번째 고개의 계단.
다 오른 뒤 내려다 보기.
걷기 좋은 능선길이 이내 나타나고.
간지 나는 예쁜 오솔길
거리상 난 이 계단만 올라서면 성곽이 나올 줄 알았다는 ㅋㅋ
그런데 그렇게 속은 게 몇 구비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으니 초행인지라 무섭기도 하고 어디까지 가야 할지 길도 아득하여 여기쯤에서
다음을 기약하려 했었다.
좀처럼 발길을 돌리기가 어려웠으나 여러 가지 여건상 그럴 수밖에 없어 발길을 돌렸지.
아쉬움에 돌아보니 느낌상, 체감상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아 더욱 미련이 남더라는.
그런데 여기에서 여자분이 혼자 올라오고 계신 게 아닌가!!!
남자였다면 말도 못 붙이고 그냥 내려왔을 텐데 다행히 여자분이라 어디까지 가시냐 여쭈니 능성이라고 하시네
옳다구나 그 여자분을 따라나섰다.
그분이 정상에 올라가면 운동 기구가 잘 만들어져 있다 하시며 내가 무서워 포기하려 했다는 얘길 들으시고
처음엔 본인도 혼자 다니기 좀 그랬는데 다녀보니 크게 위험하지는 않아서 지금은 걱정 없이 다니신다고.
듣고 보니 나랑 같은 동네로 이사 오신 분이더라.
그런데 걸음이 빨라 민폐가 될 거 같아 먼저 가시라 하였다.
여기서 또 속았다지.
여기만 오르면 성이 나올 줄 알았지 ㅠ
아직도 올라야 할 길이 기다리고 있네 그려 ㅋㅋ
걸으며 내려다보니 여긴 다른 동네에서 올라오는 길이네
아하~
이산이 아래서 보기엔 낮아 보이고 별게 아닌 줄 알았는데 막상 올라보니 그게 아니었구나.
예전에 어른들께서 산은 절대로 만만히 보면 안 된다 하시더니 그 말이 맞는구나.
여기도 또 다른 동네에서 올라오는 길.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성이 있던 자리가 어렴풋이 나타난다.
정상이지 않을까 싶지만 올라가 봐야 안다 ㅋㅋ.
내가 몇 번을 속았는데 이젠 속단하면 안되지.
희미하게 올라오는 길이 나타나서 찍었는데 표시가 잘 나질 않네 ㅠ
멀리 대청호가 보인다.
사진에선 잘 나타나지가 않네.
드디어 운동기구가 보이는 걸 보니 이젠 정말 맞는 모양이다.
육안으로 보이던 성의 모습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상당히 가파르게 보이는데 여기도 또 다른 길이 있다.
드디어 정상에 서니 대전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난 환호성을 질렀다.
몇 번을 속았기에 더욱 그러했을까??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꽤나 넓고 길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을 이용하여 꽤나 여러 군데의 꽃밭과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이더라.
급할 때 소변용으로 이용하는 화장실까지 만들어 놓은.
생각은 있었지만 내려가는 길도 꽤 가파르고 왠지 사용을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여 그냥 참기로 하였다.
아마도 이런 시설물들은 능성 산우회 회원분들이 관리를 하시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너무나 예쁘고 정갈하고 질서 있게 관리를 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머무르는 동안 했었다.
성곽의 흔적들.
이 높은 곳에서 늘 침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했으니 그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불안했겠나.
그럼에도 먹기도 입기도 했어야 할 테니 말이다.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은 기억들을 간직하고 오늘까지 지내온 걸까
그 기억들 속엔 아픔도 기쁨도 슬픔도 고단함도 가득가득 묻어 있겠지
얼마나 관리를 잘하셨는지 이렇게 정갈하고 예쁜 길로 인해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된다.
저기 조그맣고 파랗게 보이는 것은 플라스틱 탁자이다.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거라면 다음에 딸이 내려오면 간식 들고 와서 앉아봐야겠다.
가운데쯤의 이끼 낀 돌들이 옹기종기 예전 사람들의 채취가 느껴지게 한다.
이 분들 정말 아름답게 많은 일들을 하시고 계시는구나
정말 고맙습니다
인사 올리고 싶네요.
당겨 본 대청호.
계속 머무르고 싶었지만 2시가 가까우니 배도 고프고 집에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하산하기로.
자꾸만 미련이 남아 뒤돌아 보니 멋진 나뭇가지와 운동기구가 어우러졌다.
내려오는 길을 꽤나 가파르다.
멀리 우리 동네가 보인다.
산에 이렇게 돌이 있는 풍경을 참 좋아한다.
거리상으로 꽤나 깔봤더니 오늘 큰 코 다쳤다 ㅋㅋㅋ
예쁘다.
고인돌로 보이는데 잘은 모르겠다.
하산할 때 보아도 간지 나는.
걷기 좋은 길들.
여기에서 0.9Km가 그렇게 멀었단 말인가?
초행이라 그렇겠지?
갈현 성가는 길인데 배가 고파 그냥 임도로 하산하기로.
다음을 기약한다.
정상에서 문득 지역 화폐 카드를 잃어버린 걸 알았는데 어차피 잔고도 별로 없었고 카드이기도 하여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내려오다 보니 내가 떨어뜨린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날 기다리고 있네 ㅋㅋㅋ
오늘 뜻밖의 아름다운 성과 길을 발견하여 마음이 흐뭇하다.
처음에 삼정산성을 만났고 다음에 갈현성 구리고 오늘 능성.
우리 동네 정말 아름다운 동네구나.
이사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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