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부터 내 맘에 자꾸만 들어오는 걷고 싶은 길이 있었으니 바로 변산 마실길이었다.
계절별로 올라오는 꽃 소식이 그랬고 바다를 끼고 걷는 오솔길이 내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
유채는 제주에서 만났고 샤스타데이지는 서산에서 만났기에 굳이 걸음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꾸만 내 마음에 밟히던.
얼마 전에 붉노랑 상사화 소식을 접하고 더는 미루고 싶지가 않아서 떠난 길.
혼자 조용히 다녀오려 했는데 아들이 바다낚시 얘기를 해서 남편까지 동행하여 세 가족이 나섰다.
딸은 요즘 바쁜 일이 있어 집에 잘 오지를 못하여 동행하지 못했다.
저녁에 결정을 하였기에 점심은 간단히 라면을 끓여 밥을 말아먹기로 하였다.
코로나만 아니면 부안이나 변산에 맛있는 음식이 즐비한데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일부러 맛집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는데 거기까지 갔으니 맛집도 찾고 하면 여행의 질이 달라지련만.
가족 더구나 아들과 갔으니 많이 걷는 건 거의 불가능해서 포인트만 걷고 나머지는 차로 이동을 하였다.
시작은 여기 송포항에서...
근처에 주차를 하고 조금만 걸어가면 상사화를 만날 장소가 나온다.
이 조그만 동산을 오르면 된다.
이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이내 이런 길이 나타난다.
그런데
아뿔싸 @@
이기 무슨???
그 화려하던 꽃은 다???...
졌넹!!!
간간이 이런 모습만.
가족이 기다리니 포기를 하고 돌아설까 하는데 만난.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조금 더 가보기로 하였다.
꽃이 있는 곳 앞에는 해수욕장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마주 보이는 풍경.
위의 전망대 길을 나오면 바로 이 계단이다.
여기부터는 이미 진 꽃이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먼길 온 마음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꽃을 만날 수 있었다.
계단을 다 올라 서니 약간의 오르막길이었고 양 옆으로 약간의 둑이 형성이 되어 있는데 꽃은 그 둑에 피어 있었다.
위쪽의 둑.
길을 가운데 두고 바다 쪽의 둑에 피어있는 꽃들.
비탈이 진 곳에 감성 돋는 오솔길이 있고 양옆으로 꽃들이 피어있다.
실상은 진 꽃이 더 많아 그런지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그나마 사진은 꽃이 좀 보이네.
나중에 어느 분께 들었는데 꽃을 제대로 보려면 8월 25일 경이 가장 예쁘다 그러시네.
그래도 그렇지 불과 열흘 차이인데 이 모습이라니 상사화의 수명이 그리 길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긴 꽃무릇도 열흘 정도면 꽃이 거의 지는 형국이니 같은 과인 이 친구들도 생태는 비슷하겠지.
실제로 보기엔 꽃이 진 꽃대가 많이 보였는데 그나마 사진은 좀 화사해 보인다.
마실길을 조금 더 진행하면 이렇게 예쁜 길들을 만날 수 있다.
좁다랗게 이어지는 오솔길은 그다음이 궁금하니 자꾸만 들어가게 된다.
이런 조그만 다리도 건너고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있다.
간간이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시간만 넉넉하다면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 오늘 나의 입장은
날 기다리고 있는 가족 걱정에 그저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높지는 않아도 오르락내리락 다채로운 길들이 이어진다.
마음이 불안하여 결국은 돌아서고 말았다.
수성당에서 후박나무 군락지도 그랬고 이 숲도 제주의 그것과 아주 많이 닮아 있어 걷는 내내 제주를 음미할 수 있었다.
이 많은 꽃대에 피었을 꽃들을 상상하니 다소 아쉬움이 남기는 하였지만
지난달에 송림에 맥문동 본다고 나들이를 다녀온 후 한 달만의 여행이라 떠남 자체만으로도
아주 행복한 시간을 마무리해본다.
주차장에 돌아오니 아들과 남편은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었으니 나에게 진작 전화 한 번 해줬음 마음이라도 편했을 텐데
거의 주차장에 당도할 때쯤 전화가 와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하였지만 둘이 낚시하는 동안에
차 안에서 잠시 쉬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에 오늘의 부안 여행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하기.
마실길의 끝인 생태공원부터 비록 차로 돌기는 했지만 시작점인 변산해수욕장까지 돌아 보니 마실길의 구조가
확 이해가 되고 언제라도 여건이 되면 구간을 걸어보는 소망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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