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서귀포] 고근산

꽃수수 2021. 12. 11. 21:41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곳이다.

오르기 쉽고 높지 않은 오름이라고 마음을 가벼이 먹어 그랬나 계단을 오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정상에 다다르게 되더라.

530m면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닌데 계단으로 올라야 해서 내겐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겐 아마도 거뜬한 거리일 수도 있는데 난 무릎이 좋지 않고 다리까지 아파서 그랬을 것이다.

 

시작은 이렇게 예쁜 길.

 

그리고 계단.

거의 정상까지 계단이 이어졌던 것 같다.

 

계단 옆으로는 지압길도 있다.

 

정상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만난 털머위 군락.

 

이젠 거의 다 올라온 모양이다

헉헉~~

에고 숨차다.

 

우린 전망대 쪽을 가리키는 곳으로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굼부리를 한바퀴 도는 길이었다.

근데 이 굼부리 둘레길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오를 때의 숨참은 이내 잊고 말았다.

정보가 조금 더 기억이 났더라면 산책하는 걸음이 더욱 좋았을 텐데 아무 것도 모르고 걸으니 나중에야 좋았단 기억이...

 

둘레길엔 진달래가 제철처럼 피어 있었다.

 

둘레길에서 조망되는 서귀포 시가지.

 

둘레길은 너무나 아름답고 걷기 좋고 간지나는 길이었다.

계단만 무섭지 않으면 다음에도 다시 오고 싶었던.

 

한라산이 품안에 들어오는 곳에 의자가 놓여 있어 양말까지 벗고 한동안 멍을 때렸다.

 

멍 후에 우리가 걸어야 할 간지 나는 매트 길.

 

한라산이 워낙 크다 보니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다시 이렇게 간지 나는 길을 걸어 나오니.

 

전망대 역할까지 동시에 가능한 다목적 산불감시 초소가 나온다.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굼부리.

아~이제야 이 굼부리 둘레길이 이해가 간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시선들.

멀리 파란색 간세가 귀엽게 내려다 보인다.

 

전망대 모습.

 

하산하면서 내려온 계단 올려다 보기.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의자.

 

내려오다 오른쪽으로 색다른 길이 보이길래 걸어보기로 하였다.

 

걷다 보니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는데 곶자왈 느낌이 든다.

일행과 나는 약속이나 한 듯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이 길을 선택했고 숲길을 즐기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제주 속살이여.

 

내려오는 사이사이에 잣성을 몇 개나 만났다.

그래서 더 정겨웠던 길.

이 길은 주차장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 올라가도 걷기가 좋을만한 길이었다.

 

느낌이 왠지 찻길과 연결이 될 것 같더니 예감대로 여기도 고근산을 오르는 또 다른 길이었던 것이다.

여러 느낌의 길을 걸어 처음에 오를 때 계단이 힘들긴 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만한 장소였다.

나처럼 무릎이 아프지 않은 사람이라면 망설임 없이 추천할만한 오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