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름살기

[애월]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유수암 마을, 어음리 억새밭

꽃수수 2022. 1. 14. 22:48

하귀 마을을 산책하고 항몽유적지에 왔다.

12월엔 오른쪽 방향을 보았는데 이번엔 반대편을 선택했다.

토성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12월 방문에 참빗살나무 행방이 묘연하여 매우 궁금하였는데 이쪽으로 이사를 온 건가?

꽤나 반갑더라.

원래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반가워서 두장.

 

계단이 있는 걸 보니 올라도 되는 것 같은데 하얀 줄이 통행을 막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올라서 조금 걸어 보았다.

 

토성에서 내려다본 밭인데 보리가 심어져 있는 것 같았다.

 

비행기가 수시로 내려 온다.

 

아~

역시 올라오면 안 되는 거였네.

얼른 뒤돌아 섰다.

누가 본 건 아니겠지?

 

돌아오는 길에 만난 각종 돌쩌귀들

 

통행을 막는 시설물이었는데 마치 느낌이 성으로 들어가는 착시 현상이 생길 정도였다.

 

길이길이 잘 보전해야 할 유산들이다.

 

아주 조그만 유채 새싹이 봄을 희망하며 꼬물꼬물 올라오고 있었다.

 

유수암 마을에 갔는데 세상에 이렇게 예쁜 토종 겹동백이 반기지 않는가.

 

오랜만에 샘물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마을 길도 예쁘고.

 

마늘이 이미 봄이 온 듯하다.

 

아래쪽으로 흐르는 샘물.

 

오늘의 마무리는 어음리 억새밭에서 일몰을 보기로 하였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인적이 거의 없었다.

막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커다란 SUV 차가 씩씩하게 들어오더니 우리 넷 사진을 자청하여 찍어 주시는 게 아닌가.

우리 측에서도 그 커플 사진을 찍어 주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잠시 보내고는 차가 크니 넓은 공터를 마구 다니더니

어제 내린 비로 인하여 땅이 질어 바퀴가 헛도는 모습을 보여주더라.

그래도 차가 워낙 힘이 장사라 금세 빠져나오더니 일부러 우리에게 다가와 절대로 그쪽으론 가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떠나길래 젊은이가 참 싹싹도 하구나 라며 우리끼리 웃고 떠들며 사진 놀이에 빠져 있었다.

물론 난 헛바퀴를 감안하여 마른땅에 조신하게 주차를 하였고 돌아나갈 준비도 잘해놓은 상태라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까 그 차가 다시 돌아오더니 입구 쪽에 비상등을 켜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세상에 우리 일행이 아줌마만 넷이고 차도 작은 차라서 혹시나 못 나오나 싶어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온 거였더라.

재촉도 없이 우리를 기다려 주고 있었던 거였다.

어머나 세상에...

감동도 이런 감동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잠시 전에 서로의 모습을 담아 준 짧은 인연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난 보기 좋게 차를 돌려 살포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뒤에 앉은 친구가 일부러 창문을 열고

그 젊은 커플에게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서로 나누었다.

세상 가슴 따스한 시간이 아닌가.

어음리 억새밭은 억새를 지극히 좋아하는 내게 그동안 특별한 장소였기도 하지만

그 젊은이로 인하여 더욱 특별한 장소로 남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