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제주여행

[제주 여행] 2박3일 아이들과 수국 여행. (수국 명소 정리)

꽃수수 2021. 6. 13. 23:41

표를 예매하기는 4월 말쯤 되었던 거 같다.

3월에 다녀왔는데 체감으론 3년은 지난 거 같은 느낌이었지.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직장 내 갈등이 부담이 되어 그랬는지 암튼 시간이 꽤 흐른 거 같았는데...

여행을 시작하기 직전에 갈등은 최고조에 올랐고 그냥 내 마음을 제주 가는 바다에 풍덩 빠뜨리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여행은 수국을 위한 여행이었으니 당연 꽃을 많이 보았건만 그동안 30여 번의 제주 여행 중 최악의 여행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더는 이런 여행이나 생활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앞으로의 내 인생의 여정이 그랬음 하는 바람이다.

내 마음이 지옥이라 꽃을 보면 좋기도 하면서 좋은 만큼 마음이 찢어지는 거 같기도 하였다.

아이들과의 동행이었지만 답답한 마음에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여러 번이었으니까.

잠이 들다 이내 깨다를 하다 보니 제주가 보이는데 비양도가 구름 모자를 쓰고 있다.

 

이호테우 해변을 지나다 만난 버들마편초를 시작으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꽃을 만나고 온 이번 여행.

 

3월에 인생 맛집으로 리스트에 올리고 이 댁의 오리 백숙을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아들의 바람으로 방문한 친정가는날.

미리 예약하고 들어가니 이렇게 분위기 좋은 곳으로 자릴 마련해 주셔서 감동이었고

국물 맛이 일품이라 맛있는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이 길을 참 좋아라 하는데 수국 로드를 달리다 보면 못 올 거 같아 안타까웠는데 마침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으니

소화를 핑계로 왔더니 안개가 짙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꽤나 무서웠던 밤 산책을 나름 의연하게 즐겼다.

제주의 밤은 정말 무섭다.

 

숙소는 역시 3월에 너무 좋은 감정이 남아있던 라온 호텔.

그때 묵었던 4인실보다 이번에 묵은 3인실이 조금 좁기는 했지만 아기자기 깔끔하고 좋았다.

 

아침은 숙소에서 거리가 좀 있어 망설이던 구이사이라는 생선구이 맛집에서 먹었다.

유명세에 비해선 다소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가성비 좋고 고등어도 제법 맛이 있어서 아이들은 꽤 만족해하더라.

 

딸이 골고루 맛보는 걸 좋아해 시킨 이 해장국을 아들이 맛있다고 흡입하였다.

그렇게 고루 먹으니 좋았다는 아이들의 평이다.

 

아침을 먹고 스, 벅을 먹겠다 하여 애월 해안점을 갔는데 웨이팅이 어찌나 길던지 기다리는데 나중엔 좀 짜증이 나더라.

시간이 아까워 혼자 해안도로를 걷다가 사진 찍다가 짜증이 막 밀려오려는 찰나에 딸이 커피를 들고 나온다 ㅠ.

 

기다리며 여러 장을 찍었지만 사진에서 고스란히 짜증이 느껴져 다 지워버리고 두장만 남겼다.

아마도 내 마음이 편치 않아 그런 짜증이 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귀한 시간 만들어 준 아이들과 다니며 짜증이라니 ㅠㅠ

내 마음이 지옥이라 그랬을 게여.

 

그렇게 얻은 음료를 마시며 또 김만복 김밥을 산다고 웨이팅.

이런 됀장헐~~~

나중에 알고 보니 포장은 미리 포장해 놓은 거 주는 거면서 따로 계산대 한 줄을 만들어 포장줄만  팔게 되면 그렇게 긴 웨이팅 지옥은 겪지 않아도 되잖여???.....

그렇게까지 꼭 먹어야겠냐고 괜히 또 속으로 짜증.

 

동백도 그렇고 수국 역시 주제로 삼아 여행을 다닌지가 꽤 되어서 웬만한 동백명소나 수국명소는 내 머리속 지도에 다 들어 있기에 여행을 계획하고 나면 꼭 검색을 통해 신상 명소를 찾게 되는데 이번에 수국 신상 명소는 총 네군데였다.

그중 처음으로 방문한 이곳은 와보니 개인 농원이더라.

농원도 출하를 목적으로 화분에 키우시는 농원으로 보여 여간 민폐가 아니겠어서 입구만 보다가 얼른 나왔다.

농원을 나와 다음 방문지인 서부농업기술센터를 향해 가는 길에도  수국이 곳곳에 있어 지나는 길이 행복하더라.

 

서부농업기술센터.

안쪽에 있는 수국은 이미 지고 있었고 알록달록 수국은 한창 예쁘고 도로에 있는 수국은 아직 피지를 않았다.

여기쯤에서 아들이 우유부단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대서 이시돌 목장으로 갔다.

이번 수국 로드엔 이시돌 목장은 넣지 않았는데 가는 길이니 잠시 들어갔더니 역시 빼기를 너무나 잘했더라는.

꽃이 거의 없었고 앞으로 필만한 봉우리도 없더라는.

어쩐지 입구 주차장에 차들이 없더라니.

 

 

아이스크림을 먹고 방문한 다음 장소는 동광리이다.

2년 만에 방문한 동광리는 더욱 규모가 커져 있었고 가게도 운영하시고 계시더라.

참 근데 우유부단의 아이스크림은 여름엔 먹을만하지가 않더라.

사자마자 바로 먹지 않으면 줄줄 흘러 내려서 결국은 차에서 못 먹고 밖으로 나와서 먹는데 겨울에 먹는 만큼의 감동이 덜해 비싼 값 만큼의 아까운 마음이 먹는 내내 화로 변하게 되더라고.

다음부턴 겨울에만 먹는 걸로.

근데 그 아이스크림 참 맛있기는 하다 ㅋㅋㅋ.

 

실은 네 군데의 신상 수국이 아니고 한 군데가 더 있긴 했었다.

어렵사리 주소를 입수하여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방문을 했는데 내 우려가 현실이 되어 있더라.

원래 있던 대문인지 난리통을 겪으며 마련하신 대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에 마음이 참 슬펐다.

그 꽃을 못 보아 슬픈 마음보다는 얼마나 시달리셨으면 그러셨을까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마음을 담아 아쉬움을 남기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참 말로 표현이 안되네 그려.

그 사람들 중 나도 한 사람이 될 뻔 했었으니까 ㅠ

내가 너무 쓸쓸한 마음을 내비쳤는지 아이들이 사진이라도 찍으려느냐 하는데 고개를 저었다.

사진 한 장이 뭐라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는 속마음이다.

사실 길에 수두룩한 수국이지만 야자수와 어우러진 이국적인 그 길이 오래도록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는데...

 

점심은 아까 긴 웨이팅 끝에 포장한 김밥이었다.

형제 해안도로에서 바다를 보며 먹으려고 마땅한 장소를 찾아 달리다가 썩 잘 만들어진 정자를 발견하였다.

근처 편의점에서 큰 사이즈의 컵라면을 사람 수에 맞게 구입을 하였는데 아침을 잘 먹어 그런지 라면을 반이나 남겼다.

아이들은 김밥이 참 맛있다 그러는데 단 음식 싫어하는 나는 계란이 달아서 별로 그렇더라.

아이들 입맛엔 잘 맞는 모양으로 그래서 그렇게 김만복 김만복 하는가 싶더라.

그렇지 않으면 남길 거 같아 먹으려니 입에 하나를 다 넣기가 부담스러워 나중엔 계란은 빼고 밥만 먹었다.

 

점심을 먹고 안덕면사무소로 오는 길은 산방산을 끼고 달렸는데 그 길에도 수국수국했지만 날도 덥고 

면사무소에서 또 만날 거니 차안에서 그냥 즐기는 걸로 만족을 하였다.

2년 전 수국 여행때는 시기를 못 맞춰 거의 지고 심지어 면사무소 수국도 끝 무렵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그때 보다 1주 당겨 갔더니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 가장 기대가 컸던 귤꽃다락.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가장 예쁘고 가장 많은 수국을 여기서 만났다.

화순을 통하여 지나가게 되었는데 귤꽃다락이 가까워지니 길목에도 온통 수국수국하여 내 마음이 들떴다.

날씨만 덥지 않았으면 아니 마스크만 쓰지 않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아쉬웠던 점이다.

여기 수국은 너무 예쁘고 탐스러워 두장을 올렸다.

 

그리고 혹시나하고 갔던 위미리 동백 명소.

하늘색 수국이 하늘하늘 피어나서 바라보는 마음조차 시원해 지더라.

 

신상 수국 두번 째 방문지

태흥해안도로 수국인데 여기의 좋은 점은 바로 앞이 바다라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국적인 건물과 야자수가 베이스로 구도잡고 찍으면 신상 명소라는 값을 톡톡히 하겠더라.

 

수국은 여기까지 보고 아이들이 기다리던 흑돼지 먹는 시간.

요즘 제주엔 숙성 흑돼지가 대세인 모양인데 특정 음식점에서는 웨이팅이 너무 길다하여 마음도 먹지 않았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서야 우리가 먹은 맛있는 고기가 물에서 숙성시킨 흑돼지 임을 알았으니 ㅋㅋㅋ

사장님 이하 모든 분들이 다 친절하시고 음식도 맛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저녁을 즐겼다.

 

다음 날 아침은 또 김밥이다.

구쟁기가(뿔소라) 들어 간 특별한 음식.

이 댁은 모든 게 구쟁기가 베이스다.

김밥도 밥을 먹고 깊어 시킨 청국장도 심지어는 계란말이까지 말이다.

재료와의 조합이 독특한 모든 음식은 다 맛이 있었고 특히 저 계란말이 칭찬해 주고 싶다.

저 8개의 말이가 1만원이나 하는데 먹으면서 아이들이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더라.

가격때문에 마지막까지 시키느니 마느니 하길래 내가 과감히 시켰더니 다들 너무나 맛있게 먹어 만족하였다.

 

우연히 지나다 만났던 온평해안로 수국을 만나러 갔는데 이번엔 시기가 좀 지났더라.

꽤 많은 수국이 있는데 여긴 자연미가 뿜뿜이다.

 

지나는 길에 도로에서 만난 메밀꽃.

 

혼인지에 파랑이 수국을 만나러 갔는데 여긴 수국 대신 같은 시기에 키 작은 모습으로 피어나는 등심붓꽃을 올린다.

눈에 잘 띄지도 않게 작은 키와 작은 꽃인데 자세히 보면 얼마나 화려하고 예쁜지 모르겠다.

 

신상 수국 세번 째.

카페 이스틀리 입구의 수국이다.

카페 주변에 형성된 마을이 온통 수국수국이라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마을 이름도 오조리라는 감성돋는 이름을 갖고 있는 곳.

 

2시가 넘으니 슬슬 배가 고프다.

점심은 또 우리가 애정하는 돌문어 볶음을 먹으러 간다.

종달리는 사실 수국 명소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달 해안도로의 수국이 아름다운 까닭인데 사실 종달리 마을에도 꽤나 많은 수국이 피어난다.

마을에 있는 수국길.

 

지난 수국 여행때 지척에 두고도 명소임을 모르고 지나쳐 두고두고 아쉬웠던 수국집의 수국을 드디어 만났다.

 

돌문어 볶음이 유명한 소금바치 순이네.

딸이 보말미역국을 먹고 싶어했는데 여기서 보말미역국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들은 한치물회가 먹고 싶어 했는데 계절 음식이라 지금은 먹을 수가 없대서 해물뚝배기를 시켰는데

여기 해물뚝배기가 아들은 최고로 맛있다 그런다.

그렇게 점심을 맛있게 먹고 공항을 향해 가는데 이번엔 밤 8시 반으로 예약을 했더니 여유가 있어 좋았다.

 

일주동로에도 수국이 참 많은데 날씨가 더우니 차 안에서만 즐기기로 했는데 편의점 간다고 잠시 세웠을 때 찍은.

 

네번 째 신상 수국인 열방대학 수국을 만났다.

 

조천읍에도 신흘리가 있는데 여기에 쇠물깍을 참 좋아한다.

2년 만에 와 보니 여기도 꽤 아름답게 새 단장을 하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아~

그러고 보니 신상 수국이 여기 하나 더 있었네.

이 수국을 보려고 신흥리를 찾았었지 내가.

도로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고 숫자도 적어 기대에 비해 다소 실망감이 없지 않았지만

야자수와 어우러진 풍경이 얼마나 이국적인가.

 

여기 수국을 마지막으로 랜트카를 반납하고 공항에 도착했다.

여유로운 시간만쿰 늑장을 부린 걸까.

점심이 거해 저녁은 먹지 않겠다던 아이들이 지금 먹지 않으면 집에서 늦은 식사를 꼭 할 거 같다하여 

공항에서 간단히 시켰는데 문득 시간을 보니 비행기 출발 30분 전이라 급하게 먹었다.

생각보다 공항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우린 바이오 등록을 했기에 비교적 빠르게 들어 왔지만 검색대에서

시간이 꽤 걸렸다는 생각을 못했던 탓이다. ㅠㅠ

 

급하게 먹고 부랴부랴 탑승구에 오니 이미 반이나 넘은 승객들이 탑승을 마쳤더라는 ㅋ

우리가 탑승하고 머지 않아 이내 이륙을 하고 그렇게 점점 제주가 멀어지고 있다.

 

주말을 이용하는 여행이다 보니 시간도 짧았고 마음이 하 지옥이라 제주 여행 중 최악의 여행으로 꼽히는 이번 여행.

물론 반차를 이용하여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는 여행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그런 환경에서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건이 감사하고

어려운 시간 만들어 동행해 준 아이들도 고맙고

마음만 빼고는 내 몸이 건강하여 내 발로 다닐 수 있는 여건이 고마운데...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렸는데 이렇게 고마움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툴툴거렸으니 더구나 그리 좋아하는 제주 여행인데.

배때지가 불른 게여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한동안은 제주 앓이에 또 마음 몸살을 겪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