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따라비에 왔다.
일행이 너무 궁금해하고 내가 눈치를 보니 따라비를 꼭 오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그런 것이다.
난 따라비는 하얀 억새, 자색 억새, 그리고 더 나이먹기 전에 해 본다고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는 새벽 오름 투어까지
여러 번을 방문했었고 억새 철엔 둘레길이라도 걸어서 찾지 않은지가 수년이 된 듯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니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게 마치 푸근한 고향에라도 방문한 듯 설렌다.
이 입구마저도 정겹다.
역시 억새는 철이 지나 시들했다.
비가 많이 와서 패인 거겠지?
일행이 먼저 따라비로 올라가고 난 천천히 갑마장길로 향한다.
다리가 아프기도하고 여러 번 올랐기도 하고 오늘 내 속내는 쫄븐갑마장길의 편백나무길과 가시천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내 벼르고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가 쉽지가 않았던 까닭이라 내심 반갑기도 하였다.
따라비로 올라가는 오른쪽길을 패스하고 왼쪽 길로 접어드니 편백나무길은 이내 나타난다.
이런 모습들에 내가 점점 나무에게 반해가는 모양이다.
둘이 걷다 혼자 걸으니 좀 무섭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 본다.
물의 흔적이 없어 그런지 아님 내가 가시천을 만나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나중에 보니 가시천은 잊고 걷고 있더라.
아~
맞다!!!
행기머체도 있었지.
좋아 오늘은 저기까지만 걷는 걸로...
시간은 점점 밤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행기 머체는 나타날 생각이 없다.
내가 길을 잘못 들었을 수도 있겠지.
일행이 궁금하여 전화를 했더니 이미 하산을 시작했다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천천히 내려오시라 얘기하고 아쉬움을 남기며 돌아선다.
숲길도 있었으니 시간상 숲길을 지날 땐 어둑해질 것 같으니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여기에서 돌아섰다.
조금씩 어둑해진다.
마음도 급하고 무섬증이 도지기도 하고 숲에 어둠이 조금씩 내리기도 한다.
아~
드디어 이 조그만 다리를 보니 안도감에 후유~ 한숨이 나온다.
행기 머체는 다음 제주 방문 때 좀 더 공부하고 찾아가는 걸로 하니 다음 방문의 이유가 생긴다.
그런데 세상에 이 시간에도 오름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종종 올라가는 게 아닌가.
역시 유명한 오름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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