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요즘 들어 내가 부쩍 늙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은 혼자 여행을 다녔었다.
내 여행 코드를 맞춰줄만한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는 가족조차도 내 여행 코드를 짜증 내니까.
그렇기도 하고 가족들은 늘 바빴었다.
그러다 가족들이 시간에 여유가 생겼고 또 한동안은 뭐든 같이하는 시간을 보냈으므로 물론 여행도 같이 다녔다.
같이 가면 좋은 점은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서워서 여자 혼자는 못 가는 곳을 갈 수 있다는 거고
불편한 점은 아들도 남편도 운전이 나에 비해선 좀 와일드라 무섭고 해질 때까지 여행하는 내 코드를 지킬 수 없다는 거.
나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다는 건 이번 꽃 여행은 장거리 여행이다.
과연 나 혼자서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을지 다녀오고도 지장이 없는지였다.
지금보다 더 젊을 땐 운전에 겁을 내지 않아서 웬만하면 먼 거리도 차를 가지고 다녔었다.
그러다 우연히 KTX를 한번 이용해 보고는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웬만하면 아들 아님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닌다.
예전처럼 장거리를 나 혼자 다녀올 수 있는지가 가장 관건이었는데 결론은 성공이었다.
나 아직 젊다~~
이런 길이 나오는 걸 보니 목적지가 지척인 모양이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달리다 진주에서 좌측으로 갈아탔는데 갑자기 나타난 금계국의 황금물결에 가슴이 설렜었다.
도로도 갑자기 편도 4차선으로 넓어지고 금빛 물결에 마냥 여행 온 기분을 만끽하며 달렸다지.
그리고 꽃양귀비가 반겨주니 그때부터 가슴이 마구 뛰더라.
여기 규모가 전국적인 규모이고 전국적으로 핫하단 소식을 접했기에 일찍 집에서 출발을 했었다.
7시 반에 출발하여 쉬엄쉬엄 도착하니 10시 반 정도의 시간인데 이미 주차장은 거의 만차로 보이더라.
내가 주차한 곳은 제2 주차장.
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주차하고 꽃을 향해 걸어가니 수레국화가 먼저 반겨준다.
조롱조롱 가지각색의 꽃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간식이라도 좀 먹고 시작할 걸 누가 그렇게 규모가 큰 줄 알았나 말이다.
사진엔 별로 예뻐 보이지가 않지만 실제로는 너무 예쁜 색감의 꽃들이 수레국화 단지와 섞여 있었다.
사실 이 수레 국화도 너무나 예쁜데 사진은 좀 약해 보인다.
이틀 연속 내린 비로 인하여 길은 종종 이렇게 다니기 불편한 곳도 있었다.
수레국화 색깔은 핑크와 보라 그리고 자주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멀리 악양루가 보인다.
오후에 다녀 올 예정인 곳.
유채는 이미 져서 씨앗을 만들고 있다.
비바람에 그랬는지 줄기는 넘어져 있는데 꽃송이들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고 있다.
번식에 관하여 경이로운 본능을 보여준다.
그래서 두장 찰칵.
악양루가 가까운 곳엔 꽃양귀비가 있다.
사진은 왜 이리 지저분해 보이지?
실제는 안개초랑 어우러진 모습이 참 예뻐서 찍은 건데 ㅠ
이 자리에서 악양루를 당겨서 찍은 모습이 아래에 있는 사진.
악양루 양 옆으로 바위가 너무 고급져서 찍었는데 사진은 별 느낌이 없네?
이런 풍경도 있는데 금새라도 뱀이 기어 나올 듯한?
다시 꽃이 있는 곳으로 복귀하여 진지한 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사진을 수십만 장 찍어서 어쩔 수없이 두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이 사진부터는 돌아올 때 찍은 사진이다.
규모가 어마해서 거의 3시간을 보냈는데 아까 간식이라도 먹고 갈 걸 그랬나 하는 후회는 배가 너무 고팠던 까닭이다.
그렇게 배가 고파 마구 차를 향해 가면서도 사진에 대한 열정은(?) 포기를 못해서 ㅠㅠ
나중엔 별로 보지도 않는데 왜 그리 욕심이 많은지 ㅋㅋ
여긴 유채가 남아 있어서 노란색을 담당하고 있더라.
시간이 지나면서 아까보다 훨 많은 사람들이 보이더라.
일찍 오기 참 잘했다.
노랑이 들어가니까 한결 더 꽃 색깔이 돋보인다.
아~
배고프다.
얼른 점심 먹자.
혼자 어디 가서 먹기도 그렇고 코로나도 무서워서 집에서 간단하게 준비해 왔다.
밥하고 김치를 먹으려 하다가 국물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 사발면을 가지고 왔는데 신의 한 수였다.
왜냐면 김치를 빼고 온 걸 함양 정도에서 알았으니 말이다 ㅋㅋ
점심은 주차장에서 가까운 다리 밑에서 사발면 국물에 밥 말아먹기였다.
그래도 배가 그리 고팠으니 배고플 때 이즈 뭔들.
간식으로 가져온 저 빵 중에 하나만 먹고 갔어도 그리 배고픔에 허덕이진 않았을 겨 ㅋㅋㅋ
꿀맛 같던 점심 식사.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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