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밖을 내다 보니 오늘도 맑음이 예상된다.
아들을 깨워 은희네 해장국에 들러 어제에 이어 연 이틀째 먹는데도 아주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하고
날씨가 더 더워 걷기가 어려워지기 전에 이승이오름으로 출발.
햇빛은 찬란한데 바람이 솔솔 불어 걸을만 하겠다는 위안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얼마나 보고 싶고 걷고 싶었던 길인지.
주차장에서 만나는 신례천 안내도.
길을 잘 모르니 걷다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오늘 우리가 걸을 곳만 클로즈업했다.
처음 목장 옆길로 걷는데 세상에 지금이 7월 말인데 아직도 고사리가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주변은 온통 고사리 밭이다.
우린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이런 모습의 길이다.
난 2.5Km의 거리라 해서 만만히 보고 걷기 싫어하는 아들에게 과감히 혼자 다녀오겠다 선언하고 나섰다 ㅋㅋㅋ
소요되는 시간도 40분이라하니 가볍게 다녀올 줄 알았지.
주차장은 저런 모습.
숲이 깊다.
산수국도 꽤 많이 만났는데 6월엔 제법 예쁜 모습의 길을 걸을 수 있었겠더라.
혼자 가는데 조금 무섭기는 하였다.
시멘트 길이 이내 끝나고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이 나온다.
난 계속 이런 길만 걷는 줄 알았다는 ㅋㅋ.
너무 가벼운 생각이었지 뭐야.
이 정도를 걸었는데 저 뒤쪽에서 아들이 운동화까지 갈아 신고서 짠~하고 나타나는 게 아닌가.
조금 무섭던 차에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내 걸음 기준으로 40분은 좀 무리였다.
쉬엄쉬엄 사진찍으며 걷다보니 1시간 30여 분은 족히 걸린 듯 하다.
정상을 오르는 부분에서 잠시 망설였는데 역시 무릎엔 계단이 안 좋아... 라면서 순환 길로 결정했다.
날씨도 덥고 숲이 우거져서 전망을 바라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긴 했다.
굳이 전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기도 하단 핑계거리가 있긴 하였다.
길은 계속 너무나 예쁘게 이어지고 있었다.
정말로 이런 길만 2.5Km인 줄.
사진으로 볼 때 무척이나 궁금했던 천을 가로지르는 길.
간간이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혼자 걷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찍을 때도 몰랐는데 지금 보니 바위에 하얀 점이 마치 눈이 내린 겨울 풍경으로 보인다.
이름도 고급지게 다가온다. 한라산 둘레길...
우린 오른쪽 방향의 사려니 오름길을 패스하고 왼쪽 방향으로 틀었다.
여기까지도 그저 평온하다.
내가 꿈으로 걸어왔던 그런 한라산 둘레길 ㅋㅋㅋ
다시 또 천을 건너고.
삼나무 숲의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이 부분에서 사람이 너무 없고 적막하여 아들이 아니었음 나 혼자 어땠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마 돌아나가지는 않았을까?
예전에 이런 길들을 겁도 없이 혼자 다니다가 급기야 붉은오름에서 울고 나왔던 기억이
지금은 그나마 희미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든든하기 그지없는 아들과 웃으며 울고 나왔던 그 이야기를 이젠 훈훈하게 나누며 걸었다.
그땐 무슨 용기로 혼자 그러고 다녔는지 내가 그랬지만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물론 붉은오름에서 울고 나온 뒤로는 이렇게 으슥한 길이나 오름에 혼자 가는 일은 많이 절제를 해 왔었다.
조금 오르막이라 숨이 차긴 하지만 삼나무 숲은 언제나 옳다.
무언가로 오랜 시간 묶었다가 풀은 흔적?
못을 꽝꽝 박는 거보다 줄기를 묶는 게 나무에겐 오히려 혹독한 고문이란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목을 조이는 거와 같은 충격이라지?.
덥다고 반바지를 입고 올라 온 녀석은 모기에게 수도 없이 물렸다 한다 ㅠ
산수국이 꽤 많이 보인다.
돌에 어우러져 뿌리를 내리고 돌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들.
멀리 쉼터 같은 곳이 보인다.
오르막은 여기까지 였던 거 같다.
화산탄.
쉬어가기 좋은 평상.
숯가마는 여기 말고도 몇 군데가 더 있었다.
이런 계단이 나오면 해그므니소에 다다랐다는 신호이더라.
꽤 길이가 있는 이 계단을 다 내려와 오른쪽으로 100여 미터 들어가면 해그므니소에 다다른다.
숯가마터.
해그문이소, 또는 해그므니소
불리는 이름은 여럿이나 난 그중에서도 해그므니소가 더 예쁘고 경이롭게 느껴지고 제주스러워 그렇게 부른다.
내가 신고 간 운동화가 물기가 있는 곳에선 꽤 미끄러워 조심조심 걸었다.
여기서 넘어진다면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아들 몫이 될 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한 까닭이다.
바위에 물 웅덩이가 예뻐서 다가가니.
세상에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자라고 있었으니 바로 소금쟁이와 올챙이였다.
그런데 조금 더 올라 해그므니소에 당도하니 여긴 더 많은 올챙이가 꼬물거리고 있더라니.
고여있는 물이라 그런지 얼핏 보기엔 더러워 보이지만 물은 상당히 맑은 편이었다.
오히려 이런 물색이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닌가.
강수량이 많을 땐 폭포도 이루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풍경을 내가 대하다니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바위 곳곳의 물 웅덩이에 감성 돋다.
절경을 표현할 길 없어 영상을 남겨보는데 그나마 실제 보는 거에 비해 별다른 감흥이 없네
계곡의 돌마저도 아름답다.
해그므니소 입구의 갈래길.
오늘쪽으로 올라 가면 정상이나 순환길로 가게 된다.
이젠 이 둘레길의 구조가 조금 이해되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시작을 해도 왼쪽으로 시작을 해도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이승이오름 둘레길.
꽤나 경이로워 찍었는데 사진으로는 느낌이 좀...
또 한 번 더 갈림길을 만난다.
한라산 둘레길을 더 걷고 싶으면 오른쪽 길로 가면 되고 이미 우린 충분히 걸었기에 이제 그만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평탄하고 예쁜 길.
다시 말하지만 둘레길이라 하여 난 이런 류의 길을 걸으면 되는 줄 알았다지 ㅋㅋ
이곳을 나오면 주차장으로 곧바로 연결이 된다.
숲엔 역시 고사리가 엄청나다.
이런 길을 조금 걸어 내려오면 주차장.
난 이 길을 걷고 싶었었는데 지금은 여름이라 풀이 무성하여 뱀이나 독충 등 여러 모로 걷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4월 벚꽃 필 무렵에 오면 이 길을 차로 가지 말고 벚꽃을 보며 걸어 올라가 왼쪽으로 올라가 해그므니소를 보고
내려오는 코스가 나에겐 적당할 듯싶다.
내년 4월을 기다린다.
그러면 내 제주 방문 목표 중 이젠 8월 방문만 남게 되는 거다.
아름다운 목장.
길은 내려오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고 목장 풍경은 창문을 내리고 옆으로 찍은 사진이다.
전망대도 있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오늘 점심은 어제 예약했다 아침에 픽업한 오는정 김밥과 컵라면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정자가 있는 바닷가에서 점심상을 펼쳤다.
뷰는 이런 모습.
가뜩이나 맛있는 김밥이 이런 풍경을 만나니 말해 뭐하겠는가.
밥 먹으며 예쁨을 느낄 때마다 찍었는데 이렇게 여러 장의 사진이 ㅋㅋ
멸치 김밥.
3월에 먹었을 때 맛은 좋은데 너무 짜고 달아서 다음엔 기본만 먹자고 그랬었는데 아들은 그걸 까먹었던 모양이다.
이번에 역시 먹어 보더니 다음엔 기본만 시키기로 하자고 ㅋㅋㅋ
녀석아~3월에도 그렇게 말 했었거등.
그리고 가장 맛있는 기본 김밥.
지금은 전화로 예약이 어렵고 직접 찾아가서 시간도 내가 정하지 못하고 식당 측의 시간에 내가 맞춰서 예약해야 한다.
오는정 김밥을 먹으려면 적어도 서귀포에서 2박을 해야 시간을 아끼며 먹을 수가 있다.
애월이나 성산에 숙소를 정했다면 이 김밥을 위하여 두 번이나 1시간 이상을 길에 깔으며 서귀포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전날 아침에 은희네 해장국을 먹고 혹시나 찾아가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구입하여 화순 해수욕장에서 먹으려 했었는데
꿈이 야무졌고 대신 방문한 김에 오늘로 예약을 했던 거다.
사는 걸 실패하고 처음엔 생각 없이 차를 타고 오다가 온 김에 예약하자는 생각이 퍼뜩 떠올라 차를 돌려 예약을 했다.
난 조금 더 이른 시간이길 바랬지만 역시 식당 측이 제시한 시간으로 10시 40분에 픽업을 했다.
예약은 아들이 해서 몰랐는데 내가 찾으러 가서 보니 예약하려는 사람과 픽업하는 사람의 긴 줄이 나를 당황케 했다.
3월 방문엔 딸이 전화로 예약을 했었고 근처가 숙소라서 역시 딸이 걸어가서 찾아왔기에 내가 몰랐던 거다.
내부도 조그맣고 그렇던데 저렇게 맛있는 김밥이 나오다니 참 경이롭기까지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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